'사는게 뭔지...' 요즘 부쩍 드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 걸보니,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네요...
오는 3월, 애지중지 키운 큰딸이 드디어 대학을 갑니다.
아내와 제가 잔소리 하지 않아도... 남들 다 하는 과외 시켜주지 않았어도
공부를 곧잘 했는지 국립대 사범대학에 당당히 합격을 했더군요.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던지, 아빠로서의 행복을 마음껏 누렸답니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이제 자유로워진 딸아이가
옷 사달라는 소리를 자주 하더라구요.
지금까지는 교복입고 다녔지만 이젠 대학생이고 성인이니
예쁜옷이 입고싶고, 필요하다는 것쯤은 저도 알고 있었죠.
형편이 넉넉지 않고, 이제 고등학교 들어가는 둘째도 있던 터라
아내가 좀 짜게 굴었나 봅니다. 몇 번 다투더니 며칠 전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딸아이의 선전포고가 있었거든요...
집, 학교 밖에 모르던 아이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지만
내심 '용돈 벌이는 하겠지…' 하는 안심과
그 정도의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 허락했습니다.
다른집은 자식 대학 들어간다고 이것 저것 많이 해주나보던데,
결국 아르바이트전선에 뛰어들게 한 제가 한심해 지더군요...
늦은 퇴근길 첫째가 좋아하는 군고구마를 사들고 가서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아르바이트 한지, 열흘 정도 지났을까
많이 헬쓱해져 보이더라구요. 괜시리 측은한 마음에 그렇게 보였을 지 몰라도
피곤한 얼굴로 쓰러진듯 누워 잠든 딸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집에서 설거지나 겨우 해봤던 애가 나가서 고사리같은 손으로
돈을 벌어 온다니... 믿기 싫었지만 사실인걸요.
며칠있으면 월급날입니다. 그땐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생활비에서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눈 딱 감고 예쁘고 비싼 옷 한 벌 사줘야겠어요.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예쁜 딸...
너무 일찍 몸과 마음을 고되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돈 많은 부모 만났으면 이 고생이 덜 할텐데...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사연보내주신 최상화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