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방송분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열 두살 겨울... 꼭 이맘때였던 것 같네요.

저와 남동생은 동네에서 유명한 말썽꾸러기였습니다.

별명이 돌순이, 돌쇠일 정도로 천방지축 다니며 사고만 쳤거든요.

당시 아버지는 학교에서 소사로 일하시며 누구보다 정직하게 바르게 사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아버지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네요.

아버지 때문에 우리 가족은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고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 가고, 집에서 숙제하며 시간보낼 때

저와 동생은 아빠, 엄마를 기다리며 학교에서 또는 마을 공터에서 동생과

자연을 벗 삼아 뛰어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운동장에서 노는게 지루해진 저와 동생은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래잡기도 하며 놀다

손발이 꽁꽁 얼어붙었고, 한쪽에 바닥이 꺼진곳을 구덩이 삼아

불을 지피고... 땔감을 연신 주워다 나르며 언 손발을 녹였답니다.

그런데 모두들 따뜻함에 나른해져 있던 그 때,

바람이 거세졌고 불길은 바람이 부는데로 겉잡을 수 없이 번지더군요.

너무 놀란 친구들은 하나 둘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와 동생만 덩그러니 남아 발만 동동 구르며 울부짖었구요...

그때 저보다 침착했던 일곱 살짜리 제동생이 산밑으로 뛰어 내려갔습니다.

학교에 가서 한창 수업중이던 고등학생 오빠들... 선생님들...

그리고 아빠까지... 모두 달려와 불을 진압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

금새 모든 불을 다 끌 수 있었습니다.

그때 아빠의 매서운 눈초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들께는 혼내지 말아 달라는 말만 남긴채 아무말 없이 저희를 데리곤

당시 화재로 피해를 본 묘지를 찾아가시더라구요.

 

가는길에 마른짚을 주우라시더니 무덤주변을 따뜻하게 덮으며

진심으로 사죄하며 절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 일은 평생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은

혼내지 않으셨죠... 지금도 그땔 생각하며 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런 사건이 있은후, 학교에서 얼마나 곤란하셨을지, 지금생각하면 너무 죄송합니다

그리고 멋진 교훈을 남겨주신 저희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사연보내주신 이윤옥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