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방송분

며칠 전은 우리 딸의 10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멋진 곳에 가서 딸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몇 년 전부터 열 살 되는 생일날 사달라고 조르던 어항과 열대어를

몇 마리 사줬습니다. 어린 마음에 나름대로 열 살이라는 두 자리 숫자에

큰 의미를 둔 모양이더라구요. 사실 별 거 아닌 아이의 소원이지만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침부터 시작해서

낮에는 직장 일에... 저녁에 집에 돌아와선 산더미 같은 빨래에 설거지에...

하루가 너무 짧은 엄마거든요, 그래서 물고기 기르는 건 너무 버거운 일이었죠.

시간 맞춰서 고기 밥도 챙겨줘야 하고, 정기적으로 어항청소까지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고기나 애완동물을 기르게 해주는 일들이

정서적으로 좋은 일인것 쯤은 알고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가졌던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생일파티는 안해도 좋으니

어항은 꼭 갖고 싶다던 간절한 딸의 소원을 이뤄주기로 했죠.

어항에 물을 담고,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물을 고기가 살던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 드디어 열대어를 넣어줬습니다.

그리곤 딸아이와 손잡고 기도했죠... 우리집에 찾아온 새 가족이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구요...그랬더니 다음날... 다섯 살 짜리 막내아들이 처음으로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더니, 어항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열대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겁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난 얼굴로 말이죠... 이어서 일어난 딸 역시

눈꼽도 떼기 전에 어항앞에 앉아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지어주기 시작합니다.

그간 고집부리며 사주지 않았던 게 미안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요.

 

그런데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생겨 행복한 날이 며칠 지나지 않은 퇴근길

딸아이가 울상으로 절 맞이하더군요. 물고기 두 마리가 아파보인다면서요.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계속 지키고 서있는 아이의 모습

저 역시도 걱정이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함께 선물하는 열대어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순수한 우리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주길 기도해 봅니다.

 

사연보내주신 조경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