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방송분

남편과 아이들이 세상모르고 자는 새벽...

아침을 차려두고, 아이들 옷을 챙겨두고 도시락을 싸서 집을 나섭니다.

편의점에 도착해 아르바이트생과 교대하면 7시...

모닝쇼를 들으며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평범한 아줌맙니다.

이렇듯 아이들과 남편의 아침식사를 걱정하는 사소한 일상이

제겐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랍니다.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것. 축복과 다름없죠...

 

남편이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토스트 전문점을 함께 운영하던 5년전...

함께 일하니 더욱 즐거웠고,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만에 떨어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

췌장에 문제가 있어, 열어봐야 악성여부를 알 수 있다는 병원의 말에

두려움을 안고 수술방에 들어갔죠.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최악의 사태에 대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췌장과 양성종양을 절제하고, 무사히 퇴원을 하게 됐죠.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퇴원한지 넉달만에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췌장수술을 받기 전 받았던 유방암검사에서

아무이상이 없었는데... 췌장수술을 받고 뭔가 만져저 다시 검사했더니

악성 종양이었던거죠... 6개월동안 항암치료를 받고 요양원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제 신변을 정리했죠... 한달에 한번 아이들을 만났고

저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못다한 이야기들을 편지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이 급했죠.

그때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작은 딸아이가 겨우 다섯 살이었기에

매일 기도했습니다... 작은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있게 해달라구요.

아이들과 만나고 헤어질땐, 너무나 슬퍼 눈물 범벅이 되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저 역시 너무 가슴아파 오열했던 것들이 스쳐지나가네요...

1년간 무사히 투병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땐 너무 행복했습니다.

목욕탕을 갈 수 없게 된 엄마의 머리과 가슴...

아직 어린 딸은 머리를 만져주며 말합니다. '괜찮아... 그래도, 엄마가 제일 예뻐...'

 

엄마가 돌봐주지 못한 사이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은 자신 때문에 엄마가 아프다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럴 땐 가슴이 무너지고 말죠... 남들에겐 평범한 일상이

제겐 너무 감사한 축복입니다... 지금 이시간 어디선가 절망하고 있는 분들..

모두 힘내시고,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멀쩡히 삶을 누리고 있으니.

 

사연보내주신 이정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