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방송분

늦은 나이 서른 여섯 살에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백합처럼 순수한 이미지에 반해 3개월만에 결혼을 결심하게 했죠...

착하고 눈물이 많아서 제가 꼭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나이에 만났지만 어느 남편보다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다짐으로

여섯달만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죠.

여름에 만난 우리는 다른 커플이 몇 년에 걸쳐 하는 일을

연애기간동안 하느라 참 바빴습니다.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함께 가고싶은 곳을 여행하는 것도 일사천리로 진행됐으니

만나서 결혼하기까지의 시간들은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시간들이었죠.

 

오늘은 저와 아내가 결혼한 지 1년되는 날입니다.

둘이 함께했던 1년... 가장 꿈같고 행복했던 시간들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결혼기념일이었죠.

더군다나 아내와 제 생일까지 더불어 있었으니 1년내내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렸던 12월....

제 아내는 너무 가슴아파하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데다가 유난히 아이들을 예뻐하던 아내가

임신 6주만에 아이를 잃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둘 다 서른을 넘겨 만나서인지, 결혼 후 아이가 쉽게 생기지 않아

초조하고 조바심이 나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반갑게도 아이에게 새 생명이 찾아왔고,

아내와 저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부모가 된다는 생각에 들떠

태교에 집중하고 이곳저곳에 소문도 내서 축하인사도 많이 받았죠.

유난히 소녀처럼 기뻐하던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6주가 지났는데도 아기집이 생기지 않았고, 자궁외 임신이 아니면 유산이라더군요.

결국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당분간 집에 있기로 했던 아내에게

복통이 찾아들었고, 결국 아이와 만나기도 전에 이별을 해야했습니다.

저 역시 아내에게 괜찮다며 위로했지만, 가슴이 아파 눈물은 참을 수 없더군요.

다행히도 잘 견뎌주고 있는 아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늘진 얼굴을 보면

저 역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결혼기념일을 맞아,

슬픈일은 모두잊고, 앞으로 찾아올 행복한일들만 생각하면서 지내자고 전하고 싶네요

 

사연보내주신.. 황승환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