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방송분

 

며칠 전.. 친구가 늦은 밤 갑자기 찾아와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덥썩 안기더군요...

일주일만 맡아달라면서 말이죠... 새 주인을 알아봐서 곧 데려가겠다구요.

전 난감했습니다.. 애완견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개는 개집에서... 사람은 사람집에서...'라는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이 한데 뒤엉켜 사는 게 익숙치가 않았거든요.

그런 제게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 씩이나...

그랬더니, 친구네 시어머님께서 친구가 강아지를 새로 데려오자

밤중에 짐을 싸며, 개를 내보내던지... 나를 내보내던지 알아서 하라셨답니다.

그래서 강아지가 저희집 까지 오게 된거죠...

시어머니의 심정을 백번 이해하는 마음으로 결국 강아지를 떠맡았습니다.

 

그랬더니 우리집 식구들.. 왜이렇게 좋아하는지,

남편은 목욕을.. 돌보기는 아이들이 하겠다고 신이 났더라구요.

전 제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당부시키곤, 그렇게 일주일을

강아지 눈치보며 살았습니다...

저와 강아지의 악연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난해 여름휴가때, 형님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계획했지만

저만 회사사정으로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것도 형님네 강아지와 말이죠...

퇴근후 집에 돌아오면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애물단지...

저는 미간부터 찌뿌려 지는데, 그런 저를 어찌나 반가워하며 달려들던지.

한 여름인데도 어쩔수 없이 안방에서 문을 꼭 닫고 잠들곤 했습니다.

덕분에 가족들이 여행을 떠난 2박 3일동안..

더위 먹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식으로 저희집을 거쳐간 강아지가 무려 다섯 마리...

다 저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갔습니다...

늘 생각해왔습니다. 시간 투자해야지. 돈들지... 강아지 싫어하는 사람들 눈치봐야지

그럴바엔 차라리 애를 하나 더 낳아 키우는 게 낫겠다고 말이죠.

다만, 살아 숨쉬는 생명인지라 함께한 동안 잘해주지 못한것이

헤어질때쯤 되면 미안하긴 하더라구요.

이렇게 강아지 키우는걸 싫어하는 제게... 아들녀석이 이번에 시험을 잘보면

강아지 한 마리만 하달라고 애교부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괴롭기만하네요...\

 

사연보내주신.. 김미경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