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방송분

요즘 전, 새로운 일에 매일 신이 나 있습니다.

한달전부터, 아파트 단지를 돌며 직접 생산한 계란을 판매하고 있거든요.

 

남편 따라서 경상도에서 시집와 양계장일을 시작한지도 2년이 넘었네요.

제가 이런일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먼지, 냄새등... 열악한 환경에서 아무나 살 수는 없을테니까요.

처음엔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이젠 재미와 보람을 갖고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하게 되더라구요.

지난 봄, 조류독감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처참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살처분으로 막막했지만

다시 힘을 내 최선을 다하면 뭐든 되겠지 싶었죠.

그런데 요즘, 너도나도 어려운 경제사정에다가 사료값도 폭등해

너무 힘들어 다 그만두고 싶어졌습니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직접 판매해보자는 거였죠.

따로 가게를 차릴것도 없이, 전화주문을 받으면,

그날 생산한 신선한 계란을 직접 배달해 주는 거였습니다...

처음엔 조심스럽더라구요. 직접 프린트한 전단지를 붙이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누가 얼굴을 알아볼까, 얼른 붙이고 돌아오기 일쑤였죠.

그렇게 어렵게 붙인 전단지를 관리실에서 곧 떼어가버릴땐

또 어찌나 속상하던지...

 

그러다 한 두통의 주문전화가 걸려왔고, 정성껏 배달했습니다.

'생산자도 제 값을 받고, 소비자 역시 신선한 계란을 조금 더 싸게 먹을 수 있다'

이런 생각에 점점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죠...

이왕 하는거, 자석스티커를 제작했고... 역시 아파트마다 돌리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효과는 전단지 이상이더군요. 점점 주문량이 늘고 일이 재미있어 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에 재미를 붙여 바삐 살다 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해 지더라구요.

오전 내내 양계장에서 계란 선별작업하고, 전화주문 받아 배달하고...

평일엔 어린이집에서... 일요일엔 농장에 딸린 작은 방에서...

엄마 아빠 손 필요 없이 둘이서 잘 지내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미안합니다.

이런 착한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

조금 더 힘을 내, 열심히 살아볼까 합니다...

 

사연보내주신 노미경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