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손으로, 달랑 사랑하나만 믿고 결혼해서
어느덧 5년차 주부가 됐네요...
그랬기에, 우리 부부는 맞벌이로 바삐 살며 짠순이, 짠돌이가 될수밖에 없었죠...
결혼할때 부모님 반대도 무척 심했습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살아서
보란듯이 잘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신혼때부터 남편에게 정해진 용돈만큼만 쓰게 했습니다.
일주일에 만오천원. 그래도 지금은 물가가 어느정도 올랐으니 만오천원이지
처음에 3년간은 만원씩만 쥐어줬습니다.
그래서 지난 5년동안 결혼기념일, 생일 한번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소박하게 살았죠. 이런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남편이기에
불평한마디 없이, 지금껏 잘 견뎌 주더군요. 그래서 생긴 습관이
친구들만나는 자리에 가면 빈 지갑이 부끄러워 아예 놓고 다닌답니다.
남자로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텐데... 미안하지만 미래를 위해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작년 결혼기념일엔 큰맘 먹고, 결혼 5주년 되는 날엔 여행도 가고
기념일다운 기념일을 보내기로 약속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은 역시 우리부부도 피해갈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년동안 야무지게 세웠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상심한채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남편차에서 짐을 꺼내다가 운전석 밑에 검정색 비닐봉투가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웬 쓰레기를 쌓아두고 다니나 싶어 열어봤더니,
만원짜리, 천원짜리가 섞인 지폐가 한가득 있더군요.
한달에 고작 6만원하는 용돈. 알뜰히 모은 비상금이구나 싶어 못본척 넣어뒀는데.
며칠전,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여행을 가자는겁니다. 높은 물가가 걱정됐지만
남편 자존심 다칠까봐, 추위를 핑계로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죠.
머뭇거리던 남편... 갑자기 봉투를 하나 내밀었고, 전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운전석에서 봤던 검정 비닐봉투... 그걸 모아서
제게 삼십만원을 돌려주는 겁니다. 모으는데 1년이나 걸렸다면서...
짠순이 와이프가 계획한 결혼기념일 여행... 돈아까워서 벌벌 떨까 싶어
1년전부터 몰래 돈을 모아뒀던거죠...얼마나 춥고 배고팠을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너무했나 싶기도 하구요...
늘 절 생각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어렵지만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것 같네요...
사연보내주신... 현주(가명)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