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방송분

새벽부터 일어나 행여나 가족들이 깰까 조심조심 출근하는 남편...

언제나 자상한 미소로 가족들을 대하는 남편에게 늘 고맙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남편에게 '옥의 티'가 있답니다.

늘 성실을 최고로 여기며 생활하는 남편이지만 버릇처럼 '로또대박'을 외치는거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시간만 났다하면, 당첨번호... 이른바 '대박번호'를 연구하죠.

그러나 언제나 결과는 언제나 꽝... 그럼에도 포기하는 법이 없답니다.

놀다 지친 아이들이 다가가서 뭐하냐고 물으면, 골똘히 연구하다 말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숫자연구'라며 대답하는 남편이니까요...

 

몇 달 전이었습니다.

어쩌다 당첨된 5등짜리 복권을 고이 간직하며, 대박 꿈을 꾸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목화밭에서 목화를 한아름 땄다던 어머님의 꿈을 사더니

꿈 해몽으로 유명한 분을 찾아가더군요.

그랬더니 '돈 들어오는 꿈이니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셨더랍니다.

신이 난 남편은 퇴근길에 5000원짜리 당첨된 로또를 새것으로 바꿔왔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결전의 그날이 다가왔죠.

첫 번째 번호는 아쉽게도 보너스 번호와 일치했습니다. 2등을 위해

두 번째 번호 일치, 세 번째 번호 일치... 네 번째, 다섯 번째 역시 일치했고

마지막 번호를 확인하기 전... 숨막히는 그 순간엔

어느 누구도 먼저 입을 떼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숫자는 27... 당첨번호는 26...

한끝차이로 2등마저 떠나보낸 채, 네 개의 번호가 일치한 것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꿈 이야기만 비밀로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무척 아쉬워 하더라구요...

당첨금 4만원으로 오는길에 호빵을 사왔고, 나머지는 보너스라며 제게 주더군요.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네요...

 

그러던 며칠 전, 남편이 이젠 대박의 꿈을 접고 로또와의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동안 대박에 얽매여,

지난날 지니고 있던 순수함을 잃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보하겠데요.

그리곤 로또구매의 충동이 느껴질때마다 그 돈을 저금해서

10년전, 담배를 끊어 그 돈으로 아이들 장학금을 마련했을때처럼

이번엔 우리 부부의 노후를 위해 쓰겠다네요... 한번 믿어봐야겠죠?

경제가 힘들고 어렵지만, 다들 어려울수록 희망을 갖고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대박.. 뭐 별거 있나요?

 

사연보내주신.. 서혜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