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방송분

10년전 오늘... 이맘때 날씨가 그렇듯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이었습니다.

늦은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던길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죠.

근처에 남학생 두명이 서있었는데 왠지 그날은 설레이는 기운이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 발걸음은 더욱 가벼웠고,

계속해서 앞만 보고 걸었죠... 그런데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있던 제게

어떤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서너번 부른 뒤에야 제가 알아챘는데,

횡단보도에 서있던 바로 그 남자중 하나였죠. 멋쩍게 웃었지만 저도 모르게 그만,

겁도 없이 제 호출기번호를 알려주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횡단보도에서 스쳤던 느낌이 저도 싫지만은 않았나봅니다

그렇게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됐고, 키도 작았던 그 남자는 세상에...

저보다도 한 살이 어리지 뭡니까. 아저씨같이 생겨서는... 기가막혔습니다...

 

그런데 평범하기만한 그 남자를 계속 만나게 됐고,

그때부터 설레이는 사랑이 시작됐습니다. 점점 그가 남자로 보였고, 

멀리서 제게 오는 것만 봐도 행복해졌고, 퇴근이 기다려졌거든요.

저는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었지만,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남자는 제게 점수를 따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꼬박꼬박 데이트비용은 책임지고 내더라구요.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친구들한테 짠돌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인색하게 굴면서도

제 앞에서는 남자답게, 뭐든 해줄 것 같이 굴었습니다.

당시 저와 남편의 신경전이 대단했거든요. 전 남편에게 조금 더 확신을 갖고싶어서

이것저것 많이 요구했고 그때마다, 남편은 다 받아주고 해결해줬죠.

 

다투기도 많이 했습니다. 남편이 서울가서 공부하는 1년동안의 기다림에

제가 지쳐서 포기할까도 했었거든요... 언제나 부르면 달려와주던 남자친구는 없고,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어쩌다 한번씩 만날땐

이상하게 자주 다투고 말이죠. 한 살 어렸지만 제 투정 들어주던

듬직한 남자에게 제가 많이 의지했었거든요.

헤어짐과 같은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그렇게 다사다난한 5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지금은 토끼같은 아들딸을 뒀고, 작지만 차도, 편히 쉴 집도 갖게 됐죠.

늘 처음처럼 제 편이 되어주고, 아껴주고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착한 연하신랑과 함께하기에 제 생이 더욱 행복하고 의미있는 것 같아요.

이젠 조금 덜싸우고, 덜 화내며, 성호 윤영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길 다짐합니다

 

사연보내주신 최옥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