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방송분

그 어느때보다 긴장되는 아침입니다... 왜냐하면, 작년 이맘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거든요. 퇴근하고 돌아와보니,

남편이 가져다 둔 것으로 보이는 꽃다발이 식탁에 놓여있더군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이게 뭐야 ? 무슨 날이야 ? 요즘 꽃도 비싼데... 뭐하러 사왔어 ~

그 돈으로 차라리 마누라 좋아하는 삼겹살이나 사오지~ "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이, 이렇게 후회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로부터 한달 후 제 생일때, 전 민망하지만 손수 미역국을 끓였죠.

 

예전같았으면 선물챙기지 않는 남편이라 하더라도

무뚝뚝하게 축하한다는 한마디 건네주던 남편이었는데

아무말없이, 뭔가를 알고있는 사람처럼 밥만 먹는거예요.

이 사람이 혹시 내 생일을 모르나 싶어,

전날 저녁에 아들한테 받은 머리핀을 보여주며 자랑했습니다.

역시나 반응은 시큰둥... 저도 기분이 좀 상하고 분위기도 심상치않아

그냥 별말없이 출근을 했죠. 꽃바구니를 배달하려고 그러나...

점심시간에 깜짝방문이 있지는 않을까...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계속 기다려지더군요. 그날 아침일은 정말 서운했거든요...

하루종일 기다리다시피 했지만 아무런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았고,

동료 언니들이 축하주를 사겠다고 했지만,

있지도 않은, 신랑과의 데이트를 핑계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울려대는 벨소리에 전화를 받으니,

시어머니께서 생일 축하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당신 아들 생일은 깜빡했는데, 며느리 생일은 잊지 않으려고 달력에 적어뒀다고...

전 그제서야 시무룩하던 한달 전 남편의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생일도 몰라주는 무심한 아내가, 회사에서 동료직원들한테 받은 꽃다발로

타박을 했으니, 얼마나 서운했겠어요...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서둘러 장을 보고 맛있는 저녁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욱 미안하게 한건, 퇴근길 들려있는 남편손의 꽃다발과 삼겹살...

평소에 자상한 우리 남편, 장모님 생신도 손수 챙기는 사람이

제 생일을 잊을 리가 없는데, 아침엔 소심한 복수였나다요...

올해 남편 생일은 절대 잊지 않았습니다.. " 박효준씨... 생일축하하고 사랑해 ~"

 

사연보내주신 전옥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