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방송분

1년전부터 맞벌이를 시작했습니다.

낮시간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을 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딸아이 둘과 씨름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죠.

그런데 어느 날 거실에 팽겨쳐진 큰 아이의 가방을 들췄더니 열려있었는지

책들이 모두 쏟아지더라구요.

지친몸으로 챙겨주려고 보니 온통 못 보던 책들이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다 뭐냐고 물었더니, 친구네 집에서 보던책이 재밌어서

빌려왔다는 겁니다... 마음이 측은해지더라구요 ~

혹시나 친구들에게 자존심상해 할수도 있는데 보고싶은 책이라고

빌려달라는 소리를 꺼냈을 아이들을 생각을 하니 미안해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의논해서 인터넷으로 고전소설 전집을 큰맘먹고 구입했죠.

 

제가 월급 모아둔것도 있고... 아이들이 자라서 중고등학교 진도 따라갈때도

도움이 되겠더라구요. 그 책이 드디어 어제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먼저 퇴근해서 집에 있던 신랑이 다짜고짜 반품을 시켜버린겁니다.

시무룩한 둘째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집에 돌아갔더니,

아니나다를까 아이들아빠는 잔뜩 화가 나 있었습니다. 그냥 빌려서 보면 될걸

비싼돈 주고 구입했다고 말이죠...

저는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에, 아이들이 본다는데 너무하는 거 아니냐며

소리지르고 울어버렸습니다.

그 덕에 오랜만에 부부싸움을 하고, 전 아이들과 함께 자고 출근을 했죠.

 

토요일 근무라 점심시간무렵 집에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는겁니다...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메모하나..

"어제는 미안했어... 요즘 경기도 어렵고, 회사일도 힘들어서

나도모르게 짜증이 나더라구... 대신에 놀토엔 무조건

아이들 데리고 도서관 가기로 약속했어. 맛있는 저녁 부탁해 ^^"

더 놀라운 것은 평소에 빨아야지 마음만 먹었던 거실의 커텐을 잘 빨아서

거실에 널어두었더라구요. 지난 밤 서운했던 게 한순간에 달아났습니다.

신랑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책을 구입했던 제 잘못도 깨닫고

오히려 화를 내며 아이들방에 가서 잔것도 미안했습니다.

올 겨울... 따뜻한 남편의 마음 덕분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남편 그리고 두 딸들... 사랑합니다...

 

사연보내주신 김난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