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혼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아버님은 저와 남편에게
매달 10만원의 용돈씩 달라고 하셨습니다... 조금은 불만스럽더군요.
당신 아들은 대학원에 다니고, 제가 학원강사로 일하면서 사는 저희에게.
그것도 아들 떠 맡기듯, 일절 학비한번 생활비 한번
대주지 않으시면서, 제게 매달 10만원씩 꼬박꼬박 요구하셨으니까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신혼시절 제겐 무서운 존재였던 시아버지의 청이라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따뜻한 한마디 해준적 없으시고,
늘 천하대장군 같은 얼굴을 하신채, 조금이라도 소란스러울라 치면 야단치셨거든요.
자연스레 신혼부터 쭉, 생신이나 명절같이 특별한 날만 빼곤
시댁에 발길도 자주 하지 않게 됐죠...
그런데 돈은 언제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제가 학원강사로 일할때만 해도, 제법 큰 돈을 받았지만,
평소 씀씀이가 크던 제가 아무리 절약해도 쉽사리 돈이 모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사이 남편이 졸업을 하고 취직을하고... 저는 임신하게 되어
일을 그만뒀습니다. 갓 취직한 남편에, 아이키우느라 더욱 돈이 필요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님은 매달 10만원씩 챙기는 걸 잊지 않으시더군요.
그렇게 차마 꺼내지 못한 불만을 품으며 용돈을 드린지도 벌써 11년...
얼마전, 아버님이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으셔야 했습니다.
저는 며느리 된 입장으로서 하루에 두 번씩은 꼭 들러
어머님과 아버님 진지를 챙겨드렸는데...
항상 무섭게만 생각했던 아버님이, 막상 아파서 누워계시니
어느새 이렇게 늙으셨나 싶어 측은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평소처럼 아버님 병실에 찾아가 식사를 챙겨드리려고 할때였습니다.
불쑥 꺼내놓으신 것은 내년 2월이면 만기가 되는 2천만원짜리 적금통장...
도장을 함께 주시며 제 몫이니 가져가라시는겁니다...
그간 제게 빼앗듯이 가져간 용돈을, 그대로... 아니 더욱 부풀려
2천만원이라는 큰 돈으로 되갚아 주신겁니다...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군요...
평소 제 헤픈 씀씀이를 눈여겨 보셨던거죠...
전 아버님이 그런줄도 모르고 속좁게 굴기나 하고, 정말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 아버님 듣고 계시죠?...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없이 죄송해요..
얼른 나으세요 ~ 철없는 며느리 앞으론 정성껏 효도할게요... 사랑합니다... "
사연보내주신 최혜정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