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49제에 다녀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네요...
무언가 위로의 말씀 한마디라도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위안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무심한 척 운전만 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마음이 편치않으셨던 어머니께선
방안에서 하루 종일 이불만 뒤집어 쓰고 우시더군요...
어머님을 뵐때마다 저 역시 마음이 편지 않았습니다.
저희집은 종가집입니다. 그런 집안에 저희 어머니는 어린나이에 맏며느리로
시집오셔서, 지금까지 37년이라는 세월동안
당신의 인생은 철저히 포기하신채 부모님 봉양과 남편을 내조하는 일...
자식들 키워내는 일.. 모우 최선을 다해오셨습니다. 그것도 아주 훌륭히말이죠...
할머니께서는 4년전 96세의 나이까지 건강히 지내다 돌아가셨고,
얼마전 할아버지께서도 96세의 나이까지 사시다 돌아가셨습니다.
모두들 장례식장에 오시면 '호상'이라며 격려를 하고 돌아가셨으니까요...
그런데, 그 위로의 말조차 어머니는 못내 서운하셨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연세가 있으셔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지만,
자식된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안타깝고 그립기만 한게 바로 부모님의 존재니까요.
특히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땐, 어머님이 더욱 애틋해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선 돌아가시기 전에 한달정도 중환자실에 계셨거든요.
거동도 불편하신 시아버지 병수발 하는 게, 며느리로서 여간 힘든일이 아닌데,
어머니는 언제나 즐겁게 간병하셨습니다. 어느날은 말씀하시길...
"할아버지께서 우리곁을 그냥 떠나시긴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자식된 도리하라고 며느리한테 기회를 주시는거야"
종가집에 시집와 어려운 시집살이 하던 어머니껜, 할아버지가 큰 그늘이셨답니다.
시어머니가 호되게 혼내실때도 다독여주던건, 아버지보다도 할아버지셨다네요...
할아버지께서도 특히나 맏며느리를 아끼셨구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두어달이 지났는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우울해 하십니다.
40년 다되도록 짊어지고 계신 짐을 내려놓으시면 좋으련만...
어머니는, 할아버지께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었나 봅니다...
사연보내주신 최택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