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방송분

아홉 살 터울의 우리 오빠는.. 제 기억에 아버지보다 더 엄격했습니다.

저보다 세 살많은 둘째오빠에겐 허물없이 대하다가도

제가 말썽부리거나, 뭔가를 시도하려고 하면

아빠보다도 더 참견했고, 더욱 냉정하게 판단했죠.

그래도 가끔은 절 놀리는 친구들로부터 구해주고

한창 예민했던 학창시절엔 부모님 몰래 용돈도 쥐어주는

다정한 모습도 있었던... 어떨 땐 아버지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유년시절을 안겨준 첫째오빠가 어느날 결혼하겠다며

새언니를 데려왔습니다. 오빠는 모르겠지만

제가 질투를 참 많이 했었죠. 예쁘고 상냥한 새언니에게

갑자기 오빠를 빼앗기는 것 같아 샘도 많이 냈었는데...

 

아들 둘 낳고 행복하던 시절도 잠시... 성격차이로 이혼을 했습니다.

방황하는 모습에 저또한 가슴이 많이 아팠지만

제가 뭐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고. 그저 가끔 안부전화만 할 뿐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오빠가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했다는 소식을 전하더군요.

한때는 작은 호프집 운영하며 그래도 남부럽지 않게 살던 오빠가

그렇게까지 됐나 싶어 속상해서 한동안은 전화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빠인걸요... 안부가 궁금했고, 용기를 내 오빠가 일하는 곳을 찾아갔어요.

비지땀 흘리며 열심히 화단주변을 쓸던 오빠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돌더군요...

 

아무말도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만 쥐어주고 왔습니다...

그렇게 오빠는 고군분투 하며 아이들 둘을 대학까지 보낸거죠...

사실 저 살기도 바쁘다 보니 오빠네 집 형편을 잘 돌봐주지 못했는데,

어느새 아이들은 자라서 든든한 기둥이 되어 있더군요.

현민이, 현철이만 보고 있으면 저절로 힘이 난다나요...

그동안은 오빠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는데, 땀으로 젖은 얼굴이지만

한결 밝은 오빠 모습에, 조금은 위안이 됐습니다.

오빠가 조금만 더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오빠가 닦은 그 거리를 걷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낙엽이 많아 걱정입니다.

오빠가 해야할 일이 더욱 많으니까요...

"오빠...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행복한 날들만 있을거야..사랑해!"

 

 

 

사연보내주신.. 정희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