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을 한참 넘기고도 눈망울이 또랑또랑한 분이 계신다.
친정 엄마와 같은 병실은 쓰시는 분이다.
식사도 잘 하시고 뒤도 잘 보신다.
식구들은 누가 누군지 가물가물하지만
돌봐주는 간병인들은 그나마 알아보신다.
기력이 없어 늘 누워 계시지만
영양주사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백수를 지척에 둔 지금,
허리 굽은 아들은 병원비 대느라 굽은 허리 더 굽어지는 판에
백수를 누린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누군들 신명날까?
인명은 재천이라,
제 손으로 제 목숨 끊지 않는한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질긴 것이 목숨이거늘,
건강하여 수발이 필요치 않고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서너날 아프다 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가누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육신,
그 육신이 올해 안에 가신다면 잔치를 벌린단다.
자식이 제 어미를 놓고 내기를 건다.
과연 잔치를 벌릴 수 있을까? 없을까?
인생 무상과 허망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인간의 또 하나의 재앙!
너무 오래 살고도 죽지 않는 것.
육신이 자식의 짐이 되고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
책에서 읽은 말씀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죽는 것이 아니라 안 죽는 것입니다
너무 오래 살아서 동년배는 물론이고 자식 죽는 것 까지 보면
그야말로 무서운 일입니다."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그래서 아름다운 모양이다.
올 안에 어머니 가시면 잔치를 벌린다는 그도,
또 우리도
"엄마"하고 부를 수 있었던 그때를 그리워 하며 살 날이
머지 않았음을 깨닫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