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아니라 딸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모닝쇼 열혈팬 최택진(016-603-3872)입니다.
부디 사연소개가 돼서 어머님의 작은 효행이 널리 세상에 알려지길 바랍니다.
 
얼마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49제에 다녀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돌아가신지 몇달이 지났음에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에 무언가 위로의 말씀 한마디라도 꺼내고 싶었지만 운전에 열중하는 척 어머니의 눈물에 신경쓰지 않는 척 했습니다. 달리는 차안에선 한동안 침묵만 흐르고 집에 도착하여서도 어머니께선 방안에서 하루종일 이불만 뒤집어 쓰고 계셨습니다.
 
저희집은 종가집입니다. 물론 저의 어머니는 종가집 큰며느리십니다. 4년전 할머니께서 96세라는 연세에 돌아가시고 얼마전 할아버지께서도 96세라는 연세에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오셨던 조문객들이 모두들 똑같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호상"이라고 말이죠. 그 위로의 말조차 어머니께선 못내 서운하셨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연세가 있으셔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지만 자식된 입장에선 서운하고 안타까운건 어쩔수 없는거라고 말이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전 한달정도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셨습니다. 며느리로써 거동도 불편하신 시아버지 병수발하기란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마저도 어머니께선 "할아버지께서 우리곁을 그냥 떠나시긴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자식된 도리하라고 며느리한테 기회를 주신거야"라며 피곤함도 잊은체 즐거운 마음으로 간병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어머니는 한동안 새학교에 전학온 학생마냥 쉽사리 적응못하시며 우울해하셨습니다. 30년이 넘도록 짊어지고 계셨던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조금은 여유를 갖으셔도 좋을련만 아직도 시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허전하신가 봅니다. 어머니께선 37년이라는 세월동안 당신의 인생은 철저히 포기하신체 부모님 봉양과 자식교육이라는 2가지 책임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자식은 밑빠진 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자식한테도 헌신적이었던 어머니셨기에 돈으로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효"라는 훌륭한 유산을 남겨주셨습니다. 그 유산 잊지않고 소중히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께 며느리가 아닌 딸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문주란씨의 동숙의 노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