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방송분...

12년전... 좋아하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 두고두고 가슴에 남은 '첫사랑'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는데, 왜 전 그렇게 바보처럼 아파했는지...

1997년 스물 네살이던 그때, 저흰 친정 엄마의 반대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만난지 1년만에, 오빠가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누워있기만 했거든요.

딸이 만나는 남자인지라, 병문안을 오셨던 엄마는

오빠의 상태를 보더니, 털고 일어나더라도 예전같진 않을거라며

다신 만나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래도, 전 꾸준히 오빠를 찾아가 간호했고 점점 나아지는 오빠의 모습에서

행복한 미래만 꿈꿨고, 그 꿈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확신을 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오빠는 이별통보를 해왔고, 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사랑을 잃고, 이별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뒤로도 한참을 첫사랑과의 이별로 힘든날을 보내던 어느날

평소 알고지내던 언니를 통해, 그 오빤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다행이다... 서운하다... 왜그랬을까?

그래서 저도 맘잡고, 이듬해 결혼을 해서 어느덧 결혼 10주년차 주부가 됐네요.

평온한 결혼생활을 하던 몇해전 무덥던 여름날...

제가 계산원으로 일하던 동네 작은 마트에서 오빨 만났습니다...

여전히 멋있는 모습... 제가 좋아하던 그 목소리도 그대로였는데.

양쪽 손에는 딸과 아들의 손이 사이좋게 들려 있더군요...

군산에서 지내고 있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갑자기 그런곳에서 만날 줄 몰랐기에

참 많이 당황했습니다... 어렵게 입을 떼 안부를 주고받고,

왜 그때 제게 헤어지자고 했냐고 물었더니, 기억 안난다고 얼버무리더라구요...

그나마 다행인건, 제 이름 석자 기억해줬다는 것,, 그뿐이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첫사랑, 제가 너무 어리고 순진했었나봅니다...

 

그때 오빠를 붙잡지 못한것,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곁에 있는 지금도

가끔 그 때를 그리워하는 제 모습이 너무 괴롭네요...

그래서 다니던 마트를 그만두고, 지금은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더 이상 첫사랑을 그리워하지 않고, 마음 한켠에 묻어두기로 했어요.

새롭게 집중하는 일이 생기니 한결 쉬워지더군요...

차라리 그리움을 멎게 한 10년만의 갑작스런 만남이 오히려 잘됐다 싶어요.

그냥 한번씩 떠오르는 추억이었음을...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으니까요... 이젠 마음이 가볍습니다...

 

사연보내주신 .. 이미옥(가명)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