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생신이 머지않아 엄마한테 필요하신거 뭐있으시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아무것도 필요없고 절대로 올려고도 생각지마. 나 일 갈거야” 그러시는 겁니다. 무슨 소리냐며 자식들 다 결혼했는데 홀로 계신 엄마 생신상도 안 챙겨드리면 동네사람들이 욕한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 저는 설득을 포기하고 “갈거니까 그런줄 알아” 하며 전화를 끊었죠. 조금 있으니 새언니들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그새 엄마가 전화하셔서 일 갈거니까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다고요. 그렇다고 부모님 생신인데 자식된 도리로 안 내려갈 수 있나요. 서울, 김포, 익산에 사는 오빠들과 전주에 사는 저는 모두 집에 갔죠. 물론 엄마는 엄청 화를 내시며 진짜 내일 일 갈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엄포를 놓더군요. 설마 일 가실까 했는데 다음날 엄마는 아침 일찍 자식들이 차린 간소한 생일상을 마지못해 드시고는 정말 일을 가셨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익산에 사는 둘째 오빠 내외가 생신날 아침에 미역국 드시게 하려고 미역국을 끊여 집에 갔는데 집안에 계시면서도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안 열어주시더랍니다. 결국 오빠가 미역국만 놓고 갈테니 제발 문 좀 열라고 사정해서 겨우 미역국만 놓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엄마를 보면 참 안쓰럽습니다. 이제는 편하게 생일상을 받아도 될 나이이신데 그리고 농사일 안하고 편하게 지내셔도 되는데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칠순이 넘어 쇠진한 몸으로 억척스럽게 논, 밭농사를 지으시는 걸 생각하면 자식으로써 너무 받기만하고 아무것도 드리지 못해 눈물이 납니다.
엄마 이제는 조금은 편하게 지내셔도 되잖아요. 몸도 성치 않은데 일하시는거 줄이시고 몸이 아프면 아프다 자식들에게 말하시고요. 제발 생일날 자식들 편하게 집에 갈수 있도록 오지말라는 말 마시고요. 건강 조심하시고 엄마 제가 많이 사랑하는거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