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방송분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일입니다... 전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했습니다.

그것도 부모님들이 가장 걱정 많이 하신다던 겨울에 입대해서

겨울에 제대하게 됐죠. 26개월의 군대 생활에서 겨울을 세 번이나 버텨낸 셈이죠.

요즘은, 동장군의 기세가 약해졌지만,

제가 군생활을 할때만해도, 익산에 눈이 많이 쌓일 정도로 엄청난 추위로

겨우내내 고생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그 때 일을 상기시켜 준건, 지난주 아버님 생신날 저녁이었습니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옛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던 그때, 아버지께서 저를 찾더니

12년을 간직해온 비밀을 털어놓으시겠다며

온 식구들 앞에서 갑작스러운 선언을 하셨습니다...

전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겁을 미리 주시는지 바짝 긴장해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 택진아... 너는 여태 몰랐을거다, 니가 군대간 3년 동안 어떤 비밀이 있었는지..."

전 아버지의 말씀이 이어지는 내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는 세 번의 겨울동안, 그 추운 날들을 어머니는

보일러를 켜지 않고 지내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어머니께,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며 아무리 핀잔을 줘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구요.

어머니는 제가 군대생활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 당신은 도저히 따뜻한 곳에서

편히 지내실 수가 없으셨다고... 냉방에서 힘든 밤을 보내셨다고 하시더군요.

유일하게 보일러를 켜는 날은, 누나가 집에 올때... 제가 휴가나갔을때 였다구요.

 

무언가로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든 헌신하시는 어머니였는데,

그런 어머니를 전, 가장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로 무심한 말을 던지고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지 못했었거든요.

어떤짓을 해도, 절 이해해주실 줄 알았던 거죠...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일부러 몸을 고되게 하신 어머니의 사랑...

그 사랑덕에 전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눈물을 훔치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비밀을 폭로해 주신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추억과

부모님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속에 지니고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사연보내주신 최택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