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생각하며..

안녕하세요? 저는 익산에 살고 있는 최택진입니다.
 
행여 이 사연이 방송으로 소개가 되더라도 이 코너가 8시 이후에 방송이 되는터라 전 청취는 못합니다만 굳이 제가 이 코너에 문을 두드리게 된 계기는 얼마전 아버지 생신모임에 모처럼 한가족이 모여 오붓한 시간을 갖는 자리에서 던진 충격적인 아버지의 발언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일입니다. 전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하였습니다. 그것도 부모님들이 가장 걱정 많이 하신다던 겨울에 입대하여 겨울에 제대하였습니다. 26개월의 군대 생활에서 겨울을 세번이나 버텨낸 셈이지요. 요근래 부쩍 동장군이 동장군답지 않은 모습을 몇년째 보이고는 있습니다만 불과 몇년전만 해도 여기 전북도 눈도 쌓일정도로 많이 내리고 동장군도 엄청난 위력을 떨치곤 했었지요.
 
지난주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며 옛날옛적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지요. 그런데 불현듯 아버지께서 제게 12년을 간직해온 비밀을 털어 놓으시겠다며 으름장을 놓으셨습니다. 전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실려고 겁을 주시는지 무척 긴장하며 귀를 바짝 세웠습니다. "택진아! 너 그거아냐? 니 군대생활과 관련한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거?" "아버지!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비밀인데요?" "이건 나하고 니 엄마만 아는 비밀인데 니 엄마 니가 군대생활하는 겨울내내 니 누나와 동생이 집에 있을때 제외하곤 보일러 한번 안켜고 지내셨다. 그것도 3번의 겨울내내. 내가 니엄마 이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며 핀잔을 줬는데 니 엄마는 너 군대생활 힘들게 하는데 엄마도 같이 겪어 보겠다고 도저히 엄마만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잠자리 할 수 없다고 기어이 보일러를 켜지 않고 냉방에서 잠을 청하더구나." 순간 전 아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심하게 머리를 내려 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항상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헌신을 다하시는 어머니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께 저는 가장 가깝고 편한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말을 던지며 무슨 짓을 해도 어머니니까 이해하시겠지하며 함부로 대해 왔었습니다. 자식이 군대가고 집을 비운 시간에도 당신의 몸을 아들 생각에 일부러라도 힘들게 하셨구나라는 생각에 전 가족들 몰래 잠시 자리를 비워 나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삼십대도 반절이 지난 이 시점에도 눈물을 훔치면서 말이죠.
 
전 되려 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렸습니다. 이 작지만 소중한 기억을 항상 마음속에 지니고 살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오늘은 만사 제쳐두고 일찍퇴근해서 부모님 좋아하시는 삼겹살 파티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