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방송분

며칠전이었습니다. 친구와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였죠.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와 그냥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낮에 일이 피곤했던데다가, 술기운이 겹쳐 비몽사몽이었거든요.

다음날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 정신을 차려보니,

가방에 지갑이 없어진겁니다... 정말 앞이 캄캄하더군요.

현금이 15만원에, 신용카드, 온갖 신분증들...

주부에게 15만원도 큰돈이지만 다시 재발급 받아야 할 일이 막막했습니다.

안절부절 정신이 번쩍 들어서는, 이리갔다... 저리갔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호프집에서 제가 계산하고, 노래방에서는 친구가 계산을 했으니

분명 지갑은 노래방에서 흘린 게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맞이하는 건, 예쁜 여자아르바이트생이었어요.

분명히 새벽엔 남자 아르바이트생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혹시 지갑을 보지 못했냐고 물었습니다.

누가 주워서 맡기거나 하진 않았는지...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못봤다는 얘기...

어제 유난히 손님이 많아, 아마 누군가 주워간 모양이라더군요.

절망적이었습니다. 얼른 신용카드는 정지처리를 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말도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며 스스로를 자책했죠.

우울한 하루를 보내며 저녁을 먹는데, 어제 함께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상심해있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혹시 모르니 한번 더 가보자고 말이죠...

마침 어제저녁 일하던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어제 지갑보지 못했냐고 물었더니, 반색을 하더니

"죄송해요~ 어제 주워서 챙겨놨는데, 낮에 일하는 친구한테 전해준다는 걸 깜빡했네요...

안그래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셔서 다행이예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찾은 발걸음이 헛되지 않은거죠...

 

신분증, 카드, 현금... 모두 다 그래도더군요..

저는 저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고, 사양하는 아르바이트 생에게

3만원을 쥐어주고 나왔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제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서요.

아직도 이런 착한 학생이 있네요... 아르바이트 하는 걸 보면

형편이 넉넉하지만은 않을텐데, 돈을 보고 욕심내지도 않고 말이예요...

아직은 세상이 정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날 하루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 졌어요... 지갑을 찾아준 그 학생에게

모닝쇼를 통해 다시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연 보내주신 최경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