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문득 서늘해지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1년전 이렇게 찬바람이 불던날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중학교 동창 미란입니다. 각자 살림꾸리기 바쁘다보니 만날 새가 없어서
늘 전화기를 붙들고 수다를 떨며 서로에게 힘이 되곤 했죠...
이유 없는 제 투정 다 받아주고, 해답없는 고민들도 끝까지 들어주며
언제나 쉼터가 되어주던 마음이 정말 따뜻한 친구였습니다.
1년전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이 미란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늘 유쾌하고 명랑하던 통화연결음이 참 듣기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날은 유독 새로운 멜로디가 흘러나왔고,
혹시나 잘못걸지 않았나 확인했을 정도로,
계속해서 미란이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어요.
사서함으로 넘어간다는 안내가 나오기를 몇 번, 다음날을 기약하며
수화기를 내려놨는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 쉽게 잠에 들수 없더라구요.
날이 밝자마자 어렵게 연결된 전화기 건너에서는
밤사이 미란이가 세상을 떠나게 됐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마음꽃을 세상에 피워보지도 못한채
그 차가운 바닥에서 점점 식어갔을 미란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듯 했습니다
어떻게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를 보냈는지도 모르게
잰걸음으로 찾아간 친구의 빈소앞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더군요.
1년만의 만남이었는데... 미란이 큰 아이 수능치르고 나면
경치 좋은 곳으로 등산도 함께 가기로 했는데...
십자수로 액자 만들어 선물해주겠다던 애였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거죠...
그때 생각났습니다. 3년전, 친정아버지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셨을때
미란이가 제게 했던말.
"울지마,, 니가 울면, 고인이 미안해서 좋은곳으로 떠나지 못한데..."
이를 악물며 애써 눈물을 참았습니다.
미란이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미안해하지 않도록말이죠...
볼거리 즐길거리 풍부한 요즘, 전 그 어디로도 쉽게 떠날 수가 없습니다.
친구와 함께 하기로 했던 약속이 자꾸 생각나거든요.
꽃을 좋아하던, 꽃 보다 더 마음씨가 예쁘던 미란이에게 잘어울리던 계절 가을.
부디 하늘나라에선 걱정근심 없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사연보내주신 이성미씨,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