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방송분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습니다.

아빠와 이혼하고 혼자서 절 키워오시던 엄마가 어느날

노란 유치원가방을 맨 귀여운 남자아이, 그리고 어떤 아저씨와 함께 들어오셨어요.

이제 새 식구가 될거라며 동생과 친하게 지내라고 말이죠.

전 엄마와 단둘이 친구처럼 오붓하게 살던 생활에 익숙했고

그땐 무척 어렸기 때문에 낯선 환경이 너무나 싫었거든요.

여름방학과 동시에 엄마와 전 집을 두고 그 아저씨 댁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새 아빠라고 부르길 강요했지만, 제겐 아빠가 있고

너무나 무섭게 생긴 아저씨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제게 미소지어주는 것도 괴롭기만 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가장 후회되는 일이죠.

엄마와 살던 집보다도 훨씬크고, 없던 차도 생기고

항상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기에 남들보기엔 부러울 것 없는 가정이었을겁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다른 세상이었고, 겉돌기 시작했어요.

차라리 유치원생이었던 남동생쯤 됐으면

아무것도 모른채, 맛있는 음식먹고 즐겁게 웃으며 행복하다 생각했었겠죠...

하지만 엄마와 단둘이 살며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던 전,

제 또래보다 성숙했고, 나날이 비뚤어졌습니다.

그렇게 성장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독립을 했고,

 

그렇게 방황하기를 4년... 졸업이 다가오자 모두들 취업준비로,

혹은 서둘러 결혼을 하거나 유학의 길을 선택해 제 곁을 떠났습니다...

그때 제 마음이 요동치더니 집이 그리워졌습니다.

집에 갔을 땐, 엄마가 몸살로 심하게 앓고 계셨어요.

왠지 미안한 마음에 뭐라도 거들까 했지만,

지친업무로 피곤한 하루를 보내셨을 새 아빠와, 갓 제대한 동생이

정성껏 돌봐주는 통에 제가 할 일은 하나도 없었죠.

그간 철없는 제 방황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언제나 지켜봐주는 지원군이 있음을 가르쳐 준, 우리 식구들.

그때서야 가족의 진정함을, 그 진정함에서 사랑을...

사랑을 통해 피눈물 나는 후회를 하게 됐습니다.

이젠, 절 기다려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저도 그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네요.

그간 받은 사랑, 후회 없을 만큼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사연보내주신 윤가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