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방송분

자전거 타다 접촉 사고가 나서 다리를 다쳤습니다.

나흘째 집에서 쉬고 있는데 하루 이틀은 좋았지만,

앞으로 2주 이상을 집에서 시간보내야 한다는 것도 쉬운일은 아닌 것 같네요.

오후 다섯시쯤 되면 학교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들.

사내 아이 둘이서 제3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듯이 한참동안 집안을 휘젓더니,

제게 배고프다고 성홥니다. 제가 뭐 해줄 수 있는게 있어야죠...

천원짜리 몇 개 쥐어주면, 온갖 군것질 거리로 거실을 더럽히고는

아내에게 한바탕 혼이 나야 풀이죽어 방에서 숙제를 합니다.

퇴근하고 차려주는 밥만 먹고 잠들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라

이런 집이 어색하기만 하네요.

어제저녁엔 일찍 퇴근한 아내가, 저녁을 먹고 티비는 티비켜려는 절 막더니,

베란다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기타를 꺼내 들더군요.

먼지를 이리저리 닦고 나서는, 데이트 시절 즐겨 불러주던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결혼전, 저는 아내가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로 노래하던 모습에 푹빠져

1년넘게 쫓아다닌 끝에 데이트에 성공했거든요.

 

인기많고 도도하던 예쁜 여대생이었던 아내가

지금은 세 남자에게 치여, 미용실 가는 돈도 아까워하느라

질끈 묶고 다니는 아줌마가 됐더라구요.

저도 가끔 궁색하게 구는 아내에게 투정도 많이 부리고,

그런 모습에 실망도 하기를 여러차레...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제 잘못이 가장 크죠.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게 하겠다고 프로포즈 해놓고,

맞벌이하느라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할 시간도 없게 했으니 말이죠.

두 녀석들이 엄마의 기타치는 모습을 처음보고는, 멋있다는 소릴 연발하니

제가 더욱 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네 식구가 함께 연주하는 가족음악회를 위해서

저도 악기를 하나 배워보겠다고 말이죠. 드럼, 피아노, 기타,,,

벌써 아이들은 무척 신이나서 틈만나면 가족음악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행복한 미소를 띠며 기타를 연주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앞으로 시간이 나면 가족들과 함께하는,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저 하나만 믿고, 꿈을 접었던 아내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사연보내주신 나용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