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내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자긴 너무 무뚝뚝해 ~ "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지만, 천성이 어디 가나요.
언제는 제 무뚝뚝한 매력에 반해 결혼했다면서,
이젠 그 매력 때문에 잔소리를 듣고, 다툼의 원인이 되곤합니다.
참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제 성격, 아버지를 쏙 빼닮아 그런 것 같네요.
저희 아버진, 1년 전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어느집 가장의 모습이 다 그랬겠지만 아버진 유난히 엄마에게 인색하셨죠.
배다른 동생을 갖게 한 아버지, 용돈 한번 쥐어준 적 없고
함께 그 흔한 짜장면 한번 먹은 적 없는 제겐 무정한 아버지셨습니다.
하지만 원망스럽다는 말 한마디 내지를 수 없는 무서운 존재였죠.
그런 아버지덕에 언제나 엄마는 측은하고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빠 정 살뜰히 느끼지 못하신 채, 저와 배다른 여동생을 혼자서 키워내셨거든요.
그게 한이 되셨을까요. 환갑을 채 넘기지 못하고 위암에 걸리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한창 자리 잡던 중이었고,
동생네 부부도 형편이 썩 좋지 않아 어머니 병간호가 걱정이었죠.
그러나 놀랍게도 아버지는 지금까지 당신이 살아오신 것과 정 반대의 모습으로
어머니를 곁에서 지키기 시작하셨습니다.
병원가는 날, 약먹는 시간 챙기는 건 기본이고
주방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시던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좋다는 음식도 손수 만드시더군요.
하지만 엄마는 얼마 안돼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곧 쇠약해 지셨습니다.
무정하고 무섭던 아버지였지만, 나이들고 병까지 얻으시니
한없이 작아지시더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기에 찾아뵈니,
작은 종이봉투를 꺼내놓으시며, 함께 묻어달라 하셨습니다.
봉투 안에 들어있던 건, 어머니 생전의 머리카락이었구요.
독한 치료를 해내느라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셨던 어머니는 자신의 모습을
무척이나 보기 싫어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가서 이 머리카락을 꼭 전해주고 싶으시다며 보관해두신거죠.
젊은시절 못해준 게 미안하다던 아버님은 그렇게 어머니의 마지막 흔적을 간직하신채 떠나셨습니다. 미워하던 아버지를 꼭 닮은 제 모습에서
짧지만 진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보네요.
사연보내주신 박진욱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