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방송분

며칠전, 우울한 아침을 맞았습니다.

감기에 걸려 아픈 아이를 혼내서 어린이집에 울려보냈거든요

집에서 항상 이렇게 부릅니다. '포동이, 넙죽이'...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우람한 사내아이죠.

그런 애한테 약한번 먹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매맞고, 울고 한바탕 난리를 부리고 나서야 겨우 입안에 털어넣습니다.

가뜩이나 아픈아이 울리고 나서 보내면,

어느집 부모들이 그렇듯, 하루종일 일이 손에잡히지 않고 신경쓰이죠.

이렇게 약을 완강히 거부하는 아이를 보며, 태어날 때가 문득 생각납니다.

2002년 식목일아침, 두시간의 진통만에 세상으로 나온 아이는

태어난지 1주일이 되던 날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요로감염. 10일동안 항생제를 맞아야 했죠.

그 작디작은 손과 발에 링거바늘을 꽂을때면 저와 친정엄마가

간호사를 도와야 했습니다, 한두번만에 꽂는일이 없었거든요.

 

사실 요로감염이라 하면 흔한 질병이지만

소변이 역류하게 되면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걱정이 많았습니다.

나중엔 아이 몸에 더 이상 주사바늘을 꽂을데가 없어

머리에 주사를 놨는데, 그땐 무모마음이 이런가 싶어 눈물이 많이났습니다.

그러다 또 4개월쯤 돼서는 너무 울어서 병원을 찾았더니

장이 꼬여있어 한참을 고생했죠. 그렇게 잦은 병치레를 겪다보니

어느 엄마들처럼 반 의사가 되어버렸답니다.

 

그렇게 자란 아들녀석은, 약냄새가 심한 약국, 병원같은 곳은

들어가기 전부터 구역질을 했었는데, 이젠 어느덧 포동포동한 모습으로

건강하게 자라줘, 예전에 병원에 들락거리던 일들을 잊을 수 있었죠.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드는 저...

예전에 아이가 아파서 마음조릴때의 마음가짐을 잊었나봅니다.

"포동아~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 잊지말고, 건강하게만 자라줘..

엄마가 언제나 우리 아들 사랑하는 거 알지? 사랑해 ~ "

 

사연보내주신 전명숙(가명)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