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방송분

지난여름, 참 바쁘게 살았습니다...

휴가도 없이 사무실에만 쳐박혀 일에만 매진했거든요. 명절도 없이말이죠.

그 덕에 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1주일 편하게 쉴 수 있게 됐습니다.

그간 혼자지내며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 그립더군요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푹 쉬고 싶은 마음에 남원에 홀로계신 엄마를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몸을 학대하듯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계셨구요.

딸도 좀 부려가며 쉬엄쉬엄 하시면 좋으련만... 속상한마음이 더해 화가났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 툭툭 쏘아가며 제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어요.

그렇게 쉰지 삼일째,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기로해 외출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더군요.

나가려고 보니 스타킹이 올이 풀린채 걸러있는거예요.

분명히 신고 올땐 이러지 않았는데 하며 엄마한테 물으니,

엄마가 빨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농사일에 거칠어져버린 손을 내놓으시며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전 그때 엄마 손은 보이지도 않고, 신을 수 없게 되버린 스타킹에 화가나

그대로 인상쓴 채 집을 나섰죠. 마음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워낙 철없는 딸이라 그새 잊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철없이 엄마에게 응석부리며 차려주는 맛있는 음식먹고

여유로운 휴가의 마지막 날을 맞았습니다.

지난 겨울 잊어버린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으셔야 했기에

제가 모시고 면사무소를 찾았는데 모처럼만에 모녀간의 외출이 어색하더라구요.

엄마가 분실신고를 하셨는데 지문이 너무 오래 돼, 새롭게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뒤에서 바라보던 전 거기서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지문이 다 닳아버려 아무리 잉크를 칠해도 종이에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담당직원과 엄마가 쩔쩔매고 계시더라구요.

어쩔수 없이 예전지문 그대로 표기하기로 하고 자리를 나서는데

엄마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철없는 딸 뒷바라지하느라 지문이 닳도록 일했는데,

그 거칠어져버린 손에 기껏 스타킹 하나 망가졌다고 신경질을 내다니...

전 아직 엄마의 깊은 사랑을 헤아리기 힘든 철부지인가 봅니다.

거칠고 두꺼워진 엄마의 손을 꼭잡고 돌아오던 그길이 자꾸 생각나네요.

이젠 엄마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며 오늘도 열심히 출근합니다.

 

 

사연보내주신 이현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