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방송분

보고싶은 제 동생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집안에서 천덕꾸러기로 불렸던 제 동생은 스물이 넘자마자

한 아가씨를 데려오더니,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더군요.

떼를 쓰듯 막무가내인 동생인지라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했고,

그건 그 후 동생부부가 겪은 일에 비하면 약과였습니다.

수입이 전혀 없던 동생은 어머니 주머니에서 생활비를 얻어가기 일쑤였고,

저와 엄마 모르게 빌려쓴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위기를 맞았어요,

엄마는 어쩔수 없이, 제가 결혼할때 내준 전세비를 빼 친정살이를 하게했고,

마땅한 대안이 없던 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죠,

처가살이가 불편해진 남편은 그길로 서울로 가서 고시원 생활을 했습니다.

그때 당시 동생이 얼마나 미워했는지, 누구든 원망의 대상이었고

제발 어디론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죠.

책임지지도 못할 결혼도 모자라, 두 아이까지 낳아놓고

그 뒷감당은 모조리 엄마 몫으로 돌리는 동생.

결국, 우리식구까지 갈라놓았으니, 제가 무리한 마음을 먹은것도 아니었죠.

그러다 동생이 올케의 친정인 호주로 살길을 찾아 떠났습니다.

너무 미워, 말섞는것도 짜증나고 보기싫었던 동생이었는데,

예쁜 조카들을 모두 데리고 떠난다니 마음이 이상지더군요.

동생이 떠나고, 제가 분가를 하면 남편과도 함께 살수 있게되고

더이상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홀가분해질텐데...

날개를 되찾은 새처럼 정말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이 그 먼 타지로 가서 살겠다니 서글퍼졌습니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아들이 못내 그리운 어머니는

호주에 두번이나 다녀오셔서 하는 말씀이, 의외로 잘 해내고 있답니다.

비로소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지난날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있다네요.

누나로서 미워했던게 너무나 미안해서, 동생이 평소 좋아하던

오징어와 쥐포, 그리고 조카들을 위한 선물을 좀 샀어요. 과거는 잊고,

새로운 삶을 살며 힘차게 전진하는 동생에게 큰빛이 비춰지길 소망해봅니다.

 

사연보내주신 유현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