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방송분

 

저는 매일 밤 다섯살, 여섯살 된 두 딸에게

책 한권씩을 읽어줘야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제가 책을 읽어줘야 잠이 온다는 둘째딸의 성화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너무 피곤해 책을 읽어주기 힘들 땐,

불을 끄고 함께 누워 속담풀이를 해준답니다.

오랜 지혜가 문장에 압축되어 그런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며칠 전엔 제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풀이해주고 있었습니다.

‘물 속에 있는 길은 들어가보면 열이면 열, 다 알 수 있지만,

사람 마음속은 한가지 길이라도, 들어가 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겉만 보고는 판단해서는 안되는거라며 꽤 진지하게 설명해줬죠.

 

그런데 그때, 거실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절 부르더라구요.

또 뭐때문에 귀찮게구나 싶었지만 일단 나가봤습니다.

그러더니 제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

“열길이라는 말은, 열가지 길이 아니라~ 아주 깊다는 말이야,

예전에는 ‘길’이라는 단위를 써서 길이를 나타냈거든..“

그때 갑자기 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한마디로 엄청 쪽 팔렸죠.

그것도 모르고 남편 들으란 듯이 잘난체 하며 설교를 했으니 말이예요...

그러곤 이내 표정관리를 하고, 다시 아이들 방으로 갔습니다.

제가 착각한게 있는데, 길이란 말의 뜻에서 부터 제가 겪었던 일들

다양한 예를 들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만큼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만큼 열심히 설명해줬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은 “와~ 우리엄마 되게 똑똑하다”며 칭찬해주는거 있죠.

 

제 짧은 생각으로 자칫 아이들에게 망신아닌 망신을 당하고

잘못된 정보를 알려줄뻔 했는데, 남편은 아이들앞에서 제가 창피하지 않게

조용한 속삭임으로 지혜를 발휘한 남편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런데 그 고마운 마음, 차마 표현못하고 남편옆에 앉으며

퉁명스레 굴었어요, “ 어쩌다가 아는거 나와서 좋겠네?”

그저 말없이 웃는 남편, 항상 무뚝뚝한 제가 툭툭 쏘아대도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응하길래‘홍부처’라는 별명까지 지어줬습니다.

모닝쇼를 통해, 출근하는 남편에게 전하고 싶어요, “지은아빠~ 고마워 !”

 

사연보내주신 박경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