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방송분

몇일 전, 친정 엄마께서 꼬깃하게 접혀있는 수표 몇장을 건네주셨습니다.

전 돈이 왜이렇게 생겼나 싶어, 투덜거리며 세어봤더니

백만원이라는 큰 돈이었죠. 이게 왠거냐는 제 표정에 답해주신 엄마의 대답은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전, 친정아버지께서는 간암진단을 받으신 후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혈관색정술이라는 수술을 3번이나 받으셨어요.

세 번째 수술을 위해 입원하기 전날, 저녁 9시가 다된 시간에

갑자기 어머니를 이끌고 어느 뷔페집을 찾으셨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간 식당에서는, 시간이 너무 늦어 식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하니,

아버지께서 한숨쉬시며 말씀하시길

"우리 손주 돌잔치 이곳에서 해주고 싶어, 음식 맛보려고 왔는데...'

 

친정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아직 몇 달이나 더 남았으니

수술받고 퇴원하면 저희와 함께 와보자며 억지로 발길을 돌려놓으셨데요.

그런데 그 다음날 입원해서 받으신 수술이후 갑자기 건강이 안좋아지시더니

결국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해야하는 순간에

엄마한테 한마디 한마디 꺼내놓으신 말씀은.

안방 책장에 있는 성경책에, 옷장 양말속에, 안방 액자 속에있는 돈을 찾아

제게 전해주라는 것이었답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마지막 비상금을 외손주를 위해 꺼내 놓으신 거죠.

평소 제 아들 도회에게

"우리 손주, 나중에 걸음마 배우면 할아버지랑 손잡고 공원도 가고~

동물원도 구경하자."고 입버릇 처럼 말씀하셨던 아버지...

아픈몸으로도 그 누구보다 도회를 아끼고 챙기고 사랑해주셨던 아버지...

그 사랑을 알았는지, 도회는 이리 저리 넘어지면서도 열심히 걸음마를 배워

지금은 씩씩하게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도회는, 외할아버지와 손잡고 공원도, 동물원도 놀러갈 준비가 끝났는데...

아버지가 계시질 않네요... 아직은 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 큰가봅니다.

세월은 흘러 다음달이면, 우리 도회의 첫 돌입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던

그 뷔페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비상금으로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할까 합니다.

아버지의 정성과 사랑을 그대로 담아, 도회가 자라서 기억할 수 있게 말이죠...

 

사연보내주신 이정화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