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방송분

야속한 시어머니, 무정한 남편...

결혼한지 10년이 된 지금까지 제게 어려운 존재인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한 평생을 보내신 시부모님은

작은 집안 행사도 결코 그냥 넘기시는 법이 없어요.

음식은 어찌나 많이하는지,,, 그리고 친척들은 왜 이렇게 많이들 오는지..

제가 큰딸인 걸 알면서도 명절 저녁이 다되어서야 친정에 갈 수 있습니다.

시누이들은 어서오라며 재촉하면서도, 전 시누이들을 모두 맞이해야만

제 임무가 끝난거거든요... 지난 추석에도 시댁에 도착해서 저녁까지

열가지가 넘는 종류의 전을 부치고 물리치료를 받을 정도로

몸이 고장나 버렸습니다. 일년에 두 번있는 명절은 정말 괴로운 시간들이죠.

명절뿐만이 아닙니다. 장남도 아닌 제 남편을

무슨일만 생겼다 하면 불러댑니다. 반찬거리 사러 시장에 가실때도...

아주버님 보단, 둘째아들인 남편을 찾으시곤 하죠.

그리고 남편생일에, 또 손주 생일이면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내고 싶은 제 마음은 몰라주신 채

불쑥 나타나셔서 절 들러리로 만들어 버리십니다. 혼자 오시는 것도 아니고

주변 친척들을 싹 모아오거든요...

절 미워하시는 걸까요, 평소 제 가슴에 상처되는 말들도 자주 하세요.

본인 딸보다도 날씬한 제게,

"넌 키도 작은게 뚱뚱해서 보기싫게 생겼어..."

아홉 살짜리 아들을 둔 가장인 남편에게도 아직까지 "우리애기 우리애기..."

 

신혼 초엔 어머님과 갈등이 심해 남편과도 많이 다퉜습니다.

시어머니 편만 들고, 절 이해 못하는 남편이 야속해서죠...

하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제게 갈등이 있을 땐, 제 눈치를 보는 남편.

시어머님손에서 자랐으니, 그런 어머님 모습에 익숙해져 있을테니까요...

1남 6녀중 장녀로 무던하게 자란 저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면

알콩달콩 애교도 부리며 살게 될 줄 알았습니다. 이젠 그 꿈도 깨져버렸지만

껍데기와 살고있는 것만 같은, 우유부단한 남편곁에서 너무 힘이듭니다.

중간에서 괴로울 남편도 남편이지만,

이 소리 없는 전쟁의 피해자인 저... 이 갈등이 계속 깊어질까 걱정입니다.

 

사연보내주신 강지홍(가명)씨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