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방송분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제 아들 녀석은 추석빔으로 운동화 하나 사줬더니 좋아서 난리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바람은 살갗으로 가을을 앞장서 추석이 왔음을 말하네요.

이렇게 온 세상이 풍요로운 추석이지만,

올해만큼은 즐거운 마음으로 친정에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친정 엄마께서 몇 달 전,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왼쪽 손발이 마비되셨거든요.

그런 어머니에게 형제들이 뜻을 모아 간병인을 두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아버지 혼자서 간호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죠.

하지만 아버지는, 간병인을 두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어머니 곁을 지키고 계십니다.

 

그러던 어느날 부턴가는 어머니는 치매증세도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처녀일 때를 기억하시는지, 제 남편은 제 오빠인 듯,

가끔 횡설수설 하셔서 식구들을 놀래키시죠.

그런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셔야만 하는 마음,

자식인 제가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엄마 모습에도 안절부절하시며,

곁에서 서성이시는 아버지모습 가슴이 아팠습니다.

혹시나 아버지도 몸 상하실까, 집에서 쉬시다가 가끔씩만 오시라고 말씀드려도

아버지는 엄마 곁에서 엄마만 보십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 뒷모습만 볼수밖에요.

 

그러기를 석달째, 제 염려대로 아버지는 너무 야위어 버리셨습니다.

그러다 아버지도 잘못될까 걱정스러워 저도 모르게 화를 냈죠.

아버지마저 쓰러져 버리면 누가 간호하냐고 말이죠.

짐 싸들고 달려가서 두 분의 지친 마음 어루만져 드렸어야 하는데...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마음, 일으켜 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저 스스로에게 화가 났으면서도, 아버지께 괜한 화를 냈습니다.

이번 추석에 찾아뵈면, 아버지께 좀 쉬는 시간을 드려야겠어요.

엄마곁에서 힘이 되어주시려면, 아빠가 더 건강해야 한다고 설득하면

제 뜻대로 따라 주시겠죠? 한 평생 서로만 바라보신 두 분이

남은 여생 행복하시길 바라며, 저도 열심히 엄마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모든 모닝쇼 가족들에게 좋은 한가위가 되길 바라며,

저 또한 부모님이 조금 더 웃으실 수 있게, 애써 웃으며 친정에 가보렵니다.

 

사연보내주신 김인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