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둘째아이의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일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첫째아이처럼, 뷔페에서 이벤트도 하고,
아이의 예쁜 사진이 담긴 선물도 만들고, 돌 사진도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데
상황은 제 마음처럼 쉬이 풀리질 않더군요.
2년전 남편의 갑작스런 사업실패로 그나마 평범하게 살던 살림이 어려워졌고,
미처 반겨줄 새 없이, 둘째를 낳게 되었습니다... 네 식구 위해서
남편은 얼마라도 벌어보겠다고, 서울 친척집에 묵으며 하루벌이 하게 됐죠.
남편이 빠진채 첫째아이와 저, 그리고 돌을 맞은 둘째까지 셋이서 보내야 했습니다.
형편이 이렇더라도, 첫 돌을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미안해,
여섯 살 된 민서와 함께 조촐하지만 생일상을 차려보기로 했죠.
‘민찬아~ 생일 축하해’가 적힌 큰 종이를 벽에 써 붙이고
민서는 알록달록 정성껏 칠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따뜻한 미역국과 몇가지 반찬을 준비했구요.
요즘 아이들 50일기념, 100일기념, 돌기념 자라면서 사진 예쁘게 찍어둔다던데,
민찬이에겐 그런 사진이 없었습니다. 저와 남편의 핸드폰에 담긴 사진들 빼곤요.
나중에 자라서, 아기때 모습이 어땠냐고 물으면,
이 예뻤을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지 못해 미안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어쩌지 못한 채, 생일상 차려두고 셋이서 조촐한 파티를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못내 아쉬워, 행복한 이 순간을 핸드폰 사진으로 나마 남겨두려는데
휴대폰 화면이 자꾸만 뿌옇게 흐려지더군요.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기를 거렸네요.
그러던 와중에 울린 남편의 반가운 전화. 민찬이가 알아들을 순 없지만
남편은 있는힘껏 행복한 목소리로 민찬이에게 축하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는 반가운 소식... 주유이벤트에서 가족사진 촬영권에 당첨됐다구요...
민찬이 돌을 맞아, 네 식구가, 드디어 가족사진을 갖게 된거죠.
어찌나 기쁘고 반갑던지요... 그렇게 행복한 우리들의 생일파티에서
민찬이는 연필을 잡았습니다.
사실, 연필 말고 만원 짜리 한 장과 실타래 밖에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연필을 잡고 환히 웃더군요... 공부 잘하겠죠?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친정에 맡기고,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보려구요.
매일 한숨만 쉬어지던 아침. 이젠 웃으며 기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연보내주신 김주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