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방송분

30년째 집에서 솥뚜껑 운전만 하던 아내가

몇 달 전 부터 운전면허를 따겠다며 학원을 다니는겁니다.

다 늙어서 운전은 뭐하러 배우나 싶기도 하고, 사실은 요즘같은 물가에

비싼 학원비도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차를 내줄 수 없으니 장롱면허가 될 게 뻔하다 싶었죠.

제가 매일 잔소리를 해대는데도 불구하고

하루도 빼놓지 않은 채, 착실하게 학원에 다녔습니다.

도로주행 연습하겠다며 좀 도와달라고 해도 저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들을 대신 내보내곤 했죠. 그렇게 열심히 하던 집사람이었는데,

결과는, 필기시험 4번에, 실기시험 8번.

남들보다 오래 학원을 다니며 아슬아슬하게 면허증을 땄습니다.

그런데도 축하해주기는커녕,

"괜히 허파에 바람 들어서, 밖으로 싸돌아 다니는거 아니여?"

하곤 핀잔만 줬죠. 저는 아내가 운전을 배운 이유가 차를 마음대로 끌고 다니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몇일 전..시골집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추석을 맞아 벌초를 마치고 너무 피곤했죠.

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했기에 쉴 틈없이 바삐 돌아와야 했고,

운전대를 잡고 있으려니 피곤함이 물밀듯이 몰려오더군요,

그때 조수석에 앉아있던 아내가 자리를 바꾸자고 하더니

운전대를 잡겠다고 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자리를 내주고 조수석에 앉아 몸을 뉘이는데, 아내가 말하기를.

"당신 요즘 눈도 나빠지고, 금방 피곤해져서 운전 힘들어하길래,

내가 교대 해주고 싶어서 운전 배운거야, 피곤할텐데 한숨 자둬 ~“

그 날 아내의 배려로 편하게 집으로 왔습니다.

처음으로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본다는 불안감이 들새도 없이,

깊이 잠든채 돌아왔죠. 늙으면 마누라밖에 없다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납니다.

 

늘 퇴근시간에 맞춰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몸이 아파도 출근길 아침 빼놓지 않고 차려 주던 아내.

보잘것없는 남편을 항상 가장이라는 존재로 떠받들어주는 현명하고 착한아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연보내주신 허종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