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쭉 친했던 친구 영진이 사촌형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한껏 멋을 내고 결혼식장으로 향했죠.
친구가 와서 밥이라도 먹으면 되지 않냐고 재촉한데다가, 사실 특별히 할 일도 없었거든요...
사촌형의 직업은 공인회계사라고 하더군요.
시험에 합격하기도 힘들고, 그만큼 합격후에는 명예와 부가 따르는 직업이죠.
예전에 한번 영진이네 집에 놀러갔다 만났던 기억으로는 키도 크고
인물도 준수했던지라, 아내는 얼마나 예쁘고 집안 좋은 여자일까 기대했고,
내심 부러웠습니다.
화려한 조명아래 드디어 신부입장.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습니다.
차마 놀란 표정 애써 감추려고 박수만 열심히 치고 있는데
옆에서 친구가 설명하기를,
"형이 회계사 공부할때부터, 고시원에서 빨래 도맡아 해주고,
3년이 넘게 하루에 두 개씩 도시락 싸주던 여자야... 대단하지 않냐?"
순간, 집안과 외모가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라구요.
형이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얼마 안돼,
여자친구는 뺑소니 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족을 사용했고, 예쁘장한 얼굴에도 흉터가 많이 남아있었던거죠.
사촌형의 부모님의 반대가 역시나 심했고, 반대하는 부모님 어렵게 설득해
2년만에 결혼하게 되었다고...
회계사시험에 합격한 후로 돈 많고 예쁜 여자들 소개시켜 주겠다는
중매 쟁이가 많았다던데,
자신이 어렵던 시절, 눈물겹게 지켜온 사랑을 마침내 결혼으로 증명한셈이죠.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제게
커다란 충격이었고, 새로운 자극이었습니다.
용기있는 결정으로 따뜻한 사랑을 보여준 영진이의 사촌형 부부가
부디 앞으로는 슬픔없이 행복하길 바라며,
저 또한 그런 사랑을 꿈꿔봅니다...
사연보내주신 박준하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