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방송분

 

지난 일요일에 남편과 같이 벌초를 했습니다.

산에는 저희가족뿐만 아니라, 각자의 식구들의 묘지를 돌보러 온 사람들로

뭄비더군요. 가족단위들로 모여다니며 시끌벅적 벌초를 하더니

이내 깨끗한 묘지를 바라보며 가족간의 오붓함을 느끼고 돌아간 듯 했습니다.

민족의 대명절이기에 가능한 보기좋은 모습이었죠.

하지만 그 속에서 저와 신랑은 둘뿐이었습니다.

모두가 어렵던 IMF때 하던 사업이 잘못되어

시아주버님과 형님,,, 그리고 조카들까지 십년이 넘도록

고향을 찾지 않고 계시기 때문에 대단위 가족을 볼 때마다 허전하더라구요.

둘째인 저희부부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며 살아오기를 몇 년째.

명절때, 생일때등 가족의 붐빔이 그리운 어머니의 한숨을 듣고있노라면

형님내외를 모셔오지 못하는 책임감에 죄스럽기도 합니다.

얼마전엔 서울에 살고있는 형님께 이번 추석때 내려오십사 전화드렸어요.

그랬더니, 연휴가 짧아 힘들겠다며 말끝을 흐리시더라구요.

다른가족처럼 왁자지껄 벌초를 함께가진 못해도,

고향에 내려와 어르신들 찾아뵈며 인사를 드리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형님은 아직 용기가 나지 않으시나봅니다.

그럴때면, 사는게 뭔지... 이렇게 풍요로운 계절에 고향에 와서

부모님과의 정, 형제간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심정이야

오죽하실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명절때마다 형님내외를 기다려지는 건

어쩔수 없나봐요...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한순간 어려운 삶을 살게 된 형님내외가

너무 가슴아프지만, 그래도 착한사람은 나중에 웃게되지 않겠어요?

머지않아 형님내외의 밝은 모습과, 좋은 소식이 함께 들려오길 바라며

서울을 향해 기도드려봅니다. 내년엔 형님과 함께 음식장만도 하고,

시댁흉도 봐가며, 왁자지껄 시끄러운 명절을 보낼 수 있길 말이죠...

 

사연보내주신 장경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