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방송분

혼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이제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안 되는 나의 첫 딸 은주와

보살핌 받으며 마음 편하게 몸풀어야 할 아내를 병원에 두고 나오자니

너무 미안했습니다.

제게 능력이 좀 더 있덨더라면, 갓 태어나 생사를 오가는 딸아이에게

안전한 2인실이나 1인실을 줬을텐데, 그러자니 앞으로의 가계가 막막하더라구요.

하루 일과를 바삐마치고 병원에 달려가면 도로에서 한시간을 허비합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하고, 또 한시간을 달려 집에 돌아오면

지쳐 잠들다 또 아침이 되면 출근을 하죠...

 

고아인 절 만나느라 부모님과 의절하고 고아처럼 살고 있는 제 아내.

아이를 낳고 몸이 많이 아픈데다가,

저는 옆에서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니, 얼마나 친정생각이 날까요?

겉으론 씩씩한척해도,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사람인지라

내심 부모님이 많이 그리울거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어느날은 아쉬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가방에 요구르트가 두 개 담겨져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식사시간에 나온 걸 먹지않고 챙겨뒀다 제 가방에 넣어둔 모양이예요.

무능한 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 애써 이를 악물며 눈물을 참고있는데

그때 울리는 아내의 메시지, "밥이랑 옷이랑 못챙겨줘서 미안해. 사랑해"

아이가 아프고, 그런 아이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자는 상황에

혼자 멀쩡한 일상을 지키는 절 걱정하다니요...

이렇게 헌신적인 아내는 저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듭니다.

그깟 밥한끼 굶고, 땀냄새나는 옷 입으면 어떻습니까.

부족한 한남자 때문에 지금 두 여자가 병원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데...

 

내일이면 딸 은주의 소아암검사결과가 나옵니다.

그 작은 게 열병에 시달리고, 구토하는 모습 정말 다신 못보겠네요.

제 이 간절한 마음대로 제 딸 은주가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길.

더 이상 아내가 눈물섞인 한숨쉬지 않길 바랍니다.

30년된 제 아내와 30일된 제 딸아이에게 제가 사랑한다고.

언제까지나 지켜주겠다고, 모닝쇼를 통해 전하고 싶네요.

 

사연보내주신 고창 공음면에서 김현용(가명)씨 사연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