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방송분

 

제가 일하는 약국에 자주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임생빈할아버지. 항상 밝게 웃으시며 하회탈 같은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신 분이죠.

멀리 떨어진 병원에서 처방을 받더라도

항상 이곳으로 처방전을 가져오셔서는 늘 다정하게 인사해주십니다.

우리에게는 항상 다정다감하고 인정 넘치시는 분인데,

댁에서 할머니께는 마냥 인색하게 구시나봅니다. 어쩌다가 두분이 함께 오실때면,

할머니가 할아버니는 짠돌이라고 투덜대시거든요.

할아버지는 한 평생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살아오신 분이예요.

 

여든이 넘는 지금의 나이에도 시간만 나면 논밭을 종횡무진하며

자식들에게 보내줄 채소며 과일을 직접 기르시기도 하십니다.

또, 춤과 노래에도 남다른 소질이 있으셔서 동네잔치엔 빠지는 법이 없다더니,

언젠가는 술 한잔 걸치고 약국에 오셔서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셨죠.

그런 멋쟁이 할아버지가 며칠전엔, 읍민의 날 행사에서 돼지고기를 드신게 탈이나

위장약을 먹어야겠다며 오셨습니다. 위장약 타가신지가 벌써 일주일째거든요.

그래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시는게 좋겠다고 권해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 말씀하시길 ‘웃으면 낫어...’ 웃으면 낫는다니,

무슨소린가 하고 여쭤봤더니,

 

몇 년 전 지인과 복잡한 돈 문제로 화병이 나서 간경화까지 앓으셨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손 쓸 도리가 없다고 했고, 심지어 친척들은

마지막으로 얼굴보러 올 정도로 얼굴봐야한다고 찾아오기도 하셨었데요...

그러다가 용하다는 한약방을 찾게됐고, 그 한약방에서는 웃어야 낫는 병이라고

약을 지어주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웃을수 있을까 해서 간 곳이

봉동장이었고, 소싸움을 보다가 정신없이 웃고나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렇게 밥먹다가도, 화장실에서도, 잠이들때도 이유없이 웃으셨데요.

그렇게 병이 낫고 지금까지 살아오셨다고...

그런데 그런 임생빈할아버지가 요즘 웃을일이 없어, 위에 탈이 나셨다네요.

의학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할아버지의 유쾌한 미소만큼은 듬직하게

제 마음의 여운이되어 남았습니다.

할아버지! 그 웃음, 미소 잃지마시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 아셨죠?

 

사연보내주신 이지향씨.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