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방송분

저희 아빠는 제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재혼을 하셨습니다.

다섯살짜리 애가 딸린 남자에게 시집오기가 쉽지 않았을 지금의 새엄마는

지금에 와서야 웃으며 회상하지만, 당시 무척 힘드셨었다고...

낯선 환경에 속마음 털어놓을 곳 하나없는, 외로운 생활이었다고 말씀하시곤 하죠.

이후 새엄마와 아빠사이엔 두명의 동생이 생겼고, 특별한 마찰 없이 잘지냈고,

남보기엔 평범하고 그럴듯한 가정에서 성장해, 4개월전 따뜻한 봄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한 신혼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평온하던 제 삶에서 친엄마라는 존재만큼은 가슴 한켠의

아물지 않은,,, 그러나 도드라지지 않은 상처가 되어 남아있습니다.

사실 너무 어렸을 때 헤어진 엄마고, 살가운 정 한번 느끼지 못한지라

얼굴도 잘 기억나질 않네요. 어렸을 땐 가끔 제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엄마야, 우리 애기 잘지내고 있니? 엄마 얼굴 안보고 싶어?"

이런식의 일방적인 물음이었고, 저는 너무 깜짝 놀라 번번히 전화를 끊기만 했었습니다.

언제나 제게 헌신적이던 새엄마덕에 친엄마의 빈자리를 채 느끼지 못하고 자란 전,

‘지금 나한텐 새엄마가 있는데, 또 다른 엄마라니... 낳아주기만 하면 단가’

하는 철없는 생각에 더이상 통화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가끔은, 드라마에서 보듯 불현듯 나타난 친엄마를 만나면

과연 피가 끌리는지, 서로의 얼굴을 알 순 없지만 알아볼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하더군요.

절 두고 혼자 떠나버린 엄마를 원망하지도,

그렇다고 그 심정을 다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제가 정이 부족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꿈에서라도 엄마이야길 꺼내길 꺼려하시는

아빠때문에, 그리고 어린시절 많이 울었던 엄마 모습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저 철 없고, 화목한 가정속의 식구들 사이에서 저만 혼자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들때, 아빠한테 꾸중들었을때만, 친엄마의 존재가 떠오르곤 했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얼마나 제가 이기적이었는지, 엄마를 쏙 닮아버린 느낌입니다.

저도 이젠 엄마가 되기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길러보면,

절 낳아준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워질까요?

혈육의 이끌림을 무시한채, 제 살길만 찾았던 불효녀,,,

이제서야 친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실감하고 있네요.

 

사연보내주신 조주연(가명)씨 사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