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조프로." 명창인지 바둑 프로기사인지 아리송한 호칭,
남편이 불러주는 제 별명입니다.
소리꾼은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듣기 좋게 붙여준 별명이구요,
조프로는 제 성을 따서, 뭐든지 말만하면 뚝딱 음식을 내놓는
제 솜씨를 칭찬한 별명입니다.
남편은 항상 제게 말합니다.
"당신은 머리도 똑똑하지, 살림 잘하지, 손 재주있지, 뭐 하나 나무랄데가 없어,
그 잔소리하는 것만 빼면, 금상첨환데 말이야..."
그런데 제가 잔소리는 이유없이 하는게 아니예요.
너무나 무뚝뚝한 제 남편이 그 원인이죠. 퇴근해서 집에 오면 곧바로 씻고,
씻고 나오면 밥먹고, 밥먹고 나면 TV보고, TV볼땐 꼼짝도 안해요 또...
그러면 저는 과일을 예쁘게 깎아들고 가서 애교를 부립니다.
"자기야, 한번만 먹어봐" 그래도 남편은 미동도 안합니다.
못 먹을거 주는것도 아니고 더운데 입가심 좀 하라고 챙겨가면,
평소에 군것질이라곤 할 줄 모르는 남편은 쳐다보지도, 입에 대보지도 않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저는 쉽게 포기가 되질 않네요 ~
과일이 몸에 얼마나 좋은줄 아느냐, 그러다가 성인병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냐,
흡연하는 사람한테는 과일이 정말 좋다더라...
제 쉬지 않는 잔소리에 남편은 진저리를 치면서 "또 소리꾼 소리 시작했네" 하죠.
자기는 한번 안한다면 절대로 안하고, 한번 안먹는다는 건 절대로 안먹는 사람이라나 뭐라나 ~
말도 안돼는 고집을 부리며,
아내가 남편 주전부리 챙겨주는 재미를 뺏어가버립니다.
아마 같이 사는 한 계속 이렇게 둘은 맞서겠죠?
제가 만든 음식이 입에 딱 맞는다며 항상 맛있게 먹어주는 제 남편.
제가 밥을 맛있게 차려서, 밥 이외에 다른 군것질을 하지 않는건지,,,
회사에서 회식을 하고 들어와도, 제가 차린 음식을 먹어야만 잠자리에 든답니다.
어떨땐 귀찮기도 하지만, 제 음식솜씨를 인정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워 해야겠죠?
이런 남편 때문에 제 음식솜씨와 잔소리 실력은 쭉 늘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