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방송분

매일 아침 모닝쇼를 들으며 출근한지 벌써 6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제게는 갓 태어난 아들 호진이와.

2년 가까이 제 곁을 지켜주는 아내 호란이가 있습니다.

마흔이 다 되도록 제짝을 찾지 못해, 요즘 농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국제결혼을 하게 됐죠.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나라

필리핀에서 저하나만 믿고 와준 아내에게 신혼 땐 참 못나게 굴었습니다.

저는 한국말 말고는 전혀 의사소통할 방법이 없었고,

서툰 한국말로 제게 하나하나 묻는 아내가 가끔은 너무 귀찮아

짜증을 내기도, 퉁명스럽게 굴었거든요.

솔직히 말해, 그간 있었던 몇 번의 연애에서 혼담이 오고간적도

몇 번 있었던지라 생김새도, 문화도, 언어도 너무나 다른 아내를 맞이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주변분 추천으로 만나게 된 아내가 낯설어서였겠죠.

한집에서 얼굴 맞대고 살지만,

살갑게 굴어준 적 한 번 없는 제가 얼마나 미웠을까요?

 

그러다 보니, 퇴근하고도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자연스레 점점 늦어졌고,

어느날은 술에취해 집에 들어오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내의 울음소리였죠... 함께 귀국한 친구가 서울에서 살고 있었나본데,

그 친구에게 전화해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서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갖게됐지만, 무뚝뚝하고 정없는 남편에게 먼저 알리지 못한 아내.

하지만 그 울음은 분명, 너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었습니다.

제 아이를 갖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속이 뜨거워지더군요.

그 후론 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결혼소식을 그간 밝히지 않은 지인들께도

함께 찾아 뵙고 인사드리고, 쉬는 날이면 함께 쇼핑을 하기도 하게 됐어요.

이젠 의사소통도 문제없고, 신혼때는 보지 못한 아내의 수다스러운 모습도 발견하게 됐네요.

 

지난달엔 아들 호진이를 낳고 나서,

저와 아내는 함께 기뻐하며 행복을 누렸고,

며칠후면 두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습니다. 첫 번째 결혼기념일은

평범하게 지냈지만, 이젠 정신적인 동반자가 되어버린 제 아내와

특별한 결혼기념일을 보내고 싶네요.

모닝쇼 가족들과, 깨동씨가 진심으로 축하해주면 더 없이 기쁜날이 될 것 같네요.

 
사연보내주신 남준오(가명)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