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새벽부터 분주하게 외출준비를 했습니다.
이모님이 맏사위를 맞는 기쁜 날이었기 때문인데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저는 화사하게 한복으로 차려입고,
거울을 몇 번이나 들여다본 후에야 집을 나섰습니다.
새 출발을 하는 신랑 신부를 축하해주러 가는 길인데다가
이른 시간에 첫 기차를 탄다는 설레임이 절 몹시 들뜨게 만들더라구요.
차창 밖 들녘에 아침햇살이 일렁거리는 걸 보니,
좋은 사람 옆에 없고, 내 주머니 비록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깥풍경은 멋졌습니다.
그 때, 누군가 "실례합니다" 하고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승무원 아저씨가 서있더군요. 차표검사를 하는 중이었죠.
저를 쓱- 보던 아저씨는, 얼른 제 차표에 동그라미를 하나 치더니,
몸을 낮추고 물었습니다. " 이거 있으세요? "
있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저씨가 동그라미 친 부분은 바로, 장애인이라는 단어였거든요.
즐거운 여행되라며 돌아서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혹시나 옆 사람이 들을까봐, 그래서 제 마음이 다칠까봐,
기꺼이 몸을 한껏 낮추어서,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쳐
장애인증이 있느냐는 물음을 대신한 아저씨의 그 세심한 마음...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직전에 당한 불의의 사고로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그리고 불혹의 나이를 넘겨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만나보는 귀한 배려이자, 저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사랑이었습니다.
사연주신 황미순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