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방송분

한 살 어린 남동생과 쌍둥이인양, 항상 꼭 붙어다녔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따로 다니게 되기 전까진 부모님의 자랑일 정도로 싸우지도 않고,

사이좋게 무슨일이든 함께했죠.

그러다가 각자의 성적에 맞춰,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고,

공부와는 담 쌓았던 동생 민환이는 공업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가는 시간도 다르고

저는 학교를 마치고 학원가기에 바쁘고, 동생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바빠

예전처럼 함께 시간보낼 기회가 많이 없어지더라구요.

저는 학교에서 공부를 곧잘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기대가 컸고,

동생은 매일 사고만치는 말썽꾸러기로 툭하면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으며 컸습니다.

 

며칠 전 저녁, 전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준비에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때론 부모님의 기대가 버겁고, 공부하느라 지쳐

만화책보다 잠들고, 개그 프로그램보면서 집이 떠나가라 웃어대는 동생이

부러운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내색않고 공부에 집중하느라 노력했죠.

그렇게 억지로 앉아 책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동생이 들어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바로 잠자리에 들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짜증을 내며,

“야~ 씻고자, 도대체 뭐가 피곤해서 벌써자냐?”

그러면 동생은 “아~ 나 다리아퍼... 잘래..”하곤 무성의하게 대답하더라구요.

그렇게 일찍 잠들기를 몇일.. 어느날 늦게 야자를 마치고 거실에 들어가니

동생과 엄마가 큰소리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저는 또 동생이 말썽피웠나보다 해서, 저도 엄마편에 서서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민환이가 말하길...

“형 문제집 사줄돈은 있고, 나 줄 버스비는 없지? 우리집엔 형밖에 없지?“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알고봤더니 점점 기우는 형편에

엄마가 용돈을 몇일 못주자, 동생은 학교까지 먼 거리를 걸어다녔고,

집에오면 피곤해 곧바로 잠에 들었던 거죠.

 

저는 문제집이며 학원을 계속 보내준 부모님덕에 형편어려운줄 모르고 있었고,

한살 어리지만 기특한 제 동생은 차비달란소리를 차마 못해

이 더운 여름날을 발품팔았던겁니다. 민환이의 착한 마음에 그날저녁 우리 네식구는 오랜만에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다 잠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