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장생활을 하느라, 주중엔 군산 자취방에서
주말엔 어김없이 정읍 부모님댁에서 여가를 보냈습니다.
2주에 한 번은 데이트 하느라, 혹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군산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
하지만, 그럴 때면 잠깐만 들러서
꼭 뭔가를 챙겨가라시는 엄마 성화에 말다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의무적으로 집에 들르고,
한 달에 한 번 용돈을 쥐어드리는 것으로 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위염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속이 아프니,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해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지내기로 하신거죠.
저는 몇 주전 엄마와 외출할 때를 떠올렸습니다.
옷을 갈아입으며, "자꾸 살이 빠진다. 헐렁해지니 못쓰겄다 ~"
철없는 저는 그때 눈치챘어야 하는데,
"우와 엄마는 좋겠다. 이제 우리집에서 내가 제일 뚱뚱한거 아니야?
그래도 나는 엄마 다음이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나 오늘 저녁부터 굶어야겠네."
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 일이 있었거든요.
그때 눈치 채고 엄마 건강 챙겨드렸었어야하는데 ….
주말에 목욕탕에 함께 갔을때도, 제 체중계 숫자만 신경썼지,
엄마 등이 앙상해버린건, 미처 눈에 담지 못했습니다.
엄마 병실을 찾으며 평소에 엄마가 좋아하시던 음식을 잔뜩 사갔습니다.
그랬더니 엄마, 웃으면서 말씀하십니다.
"너 엄마 살찌워서 어디다가 팔아먹으려고 그러냐?"
그래서 애써 눈물 참으며 대답했습니다.
"아니! 우리 엄마는 금궤를 열 트럭 줘도 안 팔지!"
이젠 건강해진 엄마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