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방송분

저는 쌍둥이 아내를 뒀습니다. 쌍둥이의 특징.. 아시죠?
매일 보고 또 봐도, 생긴 것도 똑같고 말투도, 행동도, 모두 똑같은 두 여자....
참 신기하더라구요...  그런데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제 아내는 저보다 더 무뚝뚝해 어쩔 땐 부러져버릴 것 같고,
4분 늦게 태어난 처젠 애교가 넘치거든요.
사실 이제와 얘기지만, 연애시절 무뚝뚝하고 반응없는 아내가 답답할 땐
아내 대신 처제를 만날까 고민도 했습니다.
물론 처제의 의중은 염두해 두지 않은 채 순전한 제 충동적인 생각이었죠.
다행히 동서와 저도 성격이 모나지 않아 잘 맞는지라 넷은  항상 어울렸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지내며 가끔은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늦은 밤까지 수다를 떨기도 하고, 
가끔은 쓸 데 없이 자존심을 들먹거리는 두 자매를
남자끼리 술 한잔 기울이며 흉을 보기도 한다는 건...  비밀로 해 두죠...
 
지난 주..  넷이서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경기도의 시원한 계곡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는데
출발하면서 도착할 때까지, 티격태격이더라구요.
평소에도 잘 다투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집 떠난 휴가기간엔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옷 하나 빌려 입으며 싸우고, 숙소 정하면서 싸우고,
심지어는 밥 먹을 때 반찬가지고도 다투더라구요... 저와 동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때는 바로 그 때... 무뚝뚝한 제 아내는 쉼 없이 쏘아대는 처제의 입을
큰 깍두기로 막아버렸습니다.
그 순간.. 저와 제 동서는 그저 눈만 꿈뻑꿈뻑... 쏟아지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거기서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가는 자존심 센 처제를 건드릴테고,
그렇게 되면,  제 아내에게 또 복수할테니까요...
다행히도 처제가 깍두기를 뱉고, 호흡을 간신히 고른 뒤
자리를 뜨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됐습니다.
이렇게 두 남자는 귀여운 두 쌍둥이 사이에.. 늘 가슴졸이며 산답니다. 그래도 귀엽지 않나요?
한 때도 바람 잘 날 없는 화목한 저희 가족.. 영원하길 빌며 사연을 보내네요.
 
 사연 보내주신 진희원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