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방송분

제 지갑 속에는 다섯 번이나 접고 또 접은
꼬깃한 오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있습니다.
2년 전, 입대를 위해 집을 나서던 제게 기차에서 콜라 사먹으라고 주던 누나의 선물이었죠.
다른 얘긴 꺼내지도 않고 꼭, 콜라만 강조하던 저희 누나..
바로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
남들보다 부족한 언행, 제게는 커다란 콤플렉스였습니다.
그냥 창피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해보니 유난히 못되게 굴었었더라구요.
누나가 잠들어 있으면 일부러 시끄럽게 뛰어놀고, 평소에 관심 갖지 않던 장난감도,
누나가 가지고 있으면 어김없이 빼앗아 제 손에 쥐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정말 못된 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누나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존재였나 봅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부족한 게 아니라,
남들을 사랑하고 포용하는 마음만큼은 비 장애인들보다 많이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제 와 생각해보니, 제게 맞아도 울지 않고, 괴롭히는데도
절대 부모님께 이르는 법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동생을 아끼던 누나가, 당시에 전 재산이 었을 오천원을...
나라를 지키러 가겠다는 다섯 살 아래 동생에게,
자신에게는 최고의 음식인 콜라를 사먹으라며 쥐어준거죠...
입대하면서 누나가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동네 꼬마들이 누나를 향해 놀리면, 한 대씩 쥐어박아줘야하는데...'
'해 지기 전에 집에 꼭 데리고 들어와야 하는데...'
제 삶의 과제처럼 느껴졌던 누나가 그제서야 소중해 졌나봅니다.
내일은 제대 후 첫 외출입니다.
그간 차마 아까워 쓸 수 없었던 누나의 오천원을
불우이웃 돕기의 성금으로 내놓아야겠습니다.
누나의 따뜻한 마음이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면서 말이죠..
 
참여해주신 이병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