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그 입장이 되기 전에 깨닫지 못하는 게 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부모님이 내리사랑인가 봅니다..
학창시절 저희 아버지는 정말 지독하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엄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저희들에게 늘 무서운 존재였죠.
젊은 시절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저시는 아버지..
그 모습이 철없는 딸에겐 창피했고, 아버지의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까지..
그 덕에 따뜻한 대화한 번 나눴던 기억이 없었죠..
이젠 저도 대학을 갓 졸업해 사회인이 되었고, 제 동생도 군복무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말씀하시더라구요..
" 이젠 너도 자리잡았고, 재영이도 제대하면 걱정 없으니 다리 수술을 하고 싶다."
겉으로는 그러시라고 했지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잘 살아오셨는데 왜 갑자기 수술을 하시겠다고 하실까?
못된 생각이지만 비싼 수술비와 오랜 치료기간이 걱정스럽기도 했죠.
그리고 며칠 후... 기대에 부풀어 병원에 가셨던 아버지는
늦은 저녁 만취가 되어 들어오셨습니다.
간신히 몸을 뉘이신 아버지는 아무말 없으시더니, 절 찾으시더라구요
두 눈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처음 본 아버지의 눈물이었죠.
' 왜 그러실까? '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는데, 작은 목소리가 말씀하셨습니다.
" 네 결혼식 땐 꼭 네 손을 잡고 똑바로 걷고 싶었는데...그럴 수가 없다는구나."
아버지의 깊고 애절한 흐느낌은 그 날 가족을 밤새 울렸습니다.
아버지의 그런 맘도 모르고, 전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짐했습니다...
아버지가 앉은뱅이가 되더라도, 꼭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가겠다고 말이죠...
참여해 주신 홍미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