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방송분


아내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또 졸라매는데
마흔을 갓 넘긴 제 배가 자꾸 두꺼워지는 건 왜일까요 ?
눈 깜짝 할 사이에 자라버린 아이들이 치열한 입시에 시달릴 때..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담배를 끊어 살림에 매일 2000원 씩 보태는 것 뿐 이었습니다.
다녀야 할 학원은 늘어가고, 월급쟁이인 아빠에게 버는데 한계가 있어
넉넉히 챙겨주지 못해 늘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며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
하지만 전 도와주기는커녕 하루가 멀다하고 술에 취해 늦게 들어갔습니다.
자연스레 싸움이 잦아지고, 요새 며칠은 말도 섞지 않을 만큼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죠..
얼마전.. 전날 밤 술을 거하게 하고 잠들었던터라, 속이 쓰리고 목이 타 눈을 떴습니다..
' 누가 물 한잔만 갔다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차마 잠들어 있는 아내를 깨우지 못하고 무거운 몸을 끌고 부엌으로 향했죠...
그런데 식탁 위엔 불이 켜져 있었고,
식탁 앞에 서 보니, 북어국과 흰 쌀밥이 차려져 있는 겁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차려놓고는 다시 잤던 모양입니다.
술 먹고 들어온 남편이 미웠을텐데도 새벽부터 해장국을 챙겨주는 아내가 고마워,
생각은 없었지만 크게 한 입 들이켰죠..
그런데 ‘.......커걱!’ 무언가가 목에 걸리는 겁니다.
얼른 뱉어보니, 예상했던 대로 머리카락이었죠..
투덜대며 입에서 빼 버리려고 보니...
그건 아내의 검은머리가 아닌, 주름진 흰 머리였습니다.
그 머리카락을 보니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야 밖에서 술 한잔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스트레스 풀지만,
집에만 있는 아내는 혼자서 아이들과 씨름하며 그렇게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없는 제게 시집을 와
지금까지 알뜰살뜰 아이들을 키우며 고생하는 아내...
그런데도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남편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해장국을 끓여주는 아내에게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가장이 되리라 다짐하며... 사랑한다고 난생 처음 말해봅니다...
 
 
사연참여해 주신  한인수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