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방송분

올해 여든 여섯 되시는 저희 시어머니는

키도 크시고, 피부도 좋아 요즘 소위 말하는 동안이십니다.

세련된 외모에 오히려 제가 주눅이 들 지경이죠.

언젠가는 얼굴에 맛사지를 받게 해드리려고 모시고 갔더니,

“다 늙어서 무슨 주책이냐 ~ 한살이라도 어린 너나 해라 ~”

하고 사양하시던 어머님이, 요구사항도 늘어놓으시며

기분좋게 끝까지 마치시더라구요.

 

그런 멋쟁이 어머님과 함께 외출할 때,

“어머니가 저보다도 더 예쁘네요~” 이러면

“시끄러! 늙었다고 놀리는거지?”하고 받아치시면서도

해맑은 미소로 언제나 젊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시곤 하죠.

여든여섯의 연세로는 드물게 고등학교도 나오셔서

한달에 두어번 있는 모임에서는 총무역할도 하고 계시는 어머님.

저희 부부와 함께 여행하는것도 좋아하시고,

젊은 시절엔 배드민턴도 선수급으로 잘 치셨었데요.

갓 배드민턴에 입문한 저를 보며. 예전을 회상하곤 하시죠.

 

그런데 그렇게 언제나 친구처럼 언니처럼

제 곁에서 건강하시던 어머님이 요즘 이상한 행동을 하셨습니다.

9시 반인데도, 10시 반 성당가는 시간인줄 알고

바삐 나가, 한참을 기다리시지를 않나.

저와 함께 새벽시장에 나가서 사온 파들을 아파트 화단에 심고 오셨는데요.

글쎄 나중에 나가봤더니, 파를 거꾸로 심어놓으신거 있죠.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일하시는 모습에

경비아저씨는 요즘은 다들 그렇게들 하는 줄 알고 계셨답니다.

 

다른 어르신들은 몰라도 우리 어머님에게 만큼은 비켜갈 줄 알았던 세월의 무게가

건강하던 어머님께도 전해지나 봅니다.

가끔 약한 모습의 어머님 모습을 볼 때면

세월을 실감해 서운하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다가오는 8월 3일은 우리 어머님 여든 여섯살되는 생신입니다.

이번 생일 만큼은 서울, 광주, 익산에 사시는 형님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때 어머님 뵈러 오세요. 7남매가족 모두 모였으면 좋겠네요.

 

사연 보내주신 김성자씨 감사합니다...